[기고] 이광형 뉴스1 충북·세종본부 대표

역사는 증언과 기록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기에 사실대로, 바르게 기록돼야 한다.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뉘어 곡필(曲筆)로 기록된 역사는 갈등을 부른다.

한국의 전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임진왜란(1592~1598년)' 때 서애(西厓) 유성룡은 전란을 기록한 징비록(懲毖錄)에서 '역사를 잊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적었다.

그가 7년간의 지긋지긋한 전란사를 남긴 건 전쟁이 끝난 뒤 뒷날을 경계하고자, 즉 실패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 기록은 훗날 역사의 순기능이 됐다. 이렇듯 한국의 역사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된 사회 변천과 흥망의 과정을 담고 있다.

현대사를 이끈 중심에는 11명의 전직 대통령이 있고, 평가도 다양하다. 그들 중 이승만 전 대통령 하면 '건국'을, 박정희 전 대통령 하면 '산업화'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이는 공(功)을 높이 평가한 집권의 순기능이지만,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유린 등 '독재'란 과(過)는 지울 수 없는 오명이다. 그러기에 국민은 저항했다.

하지만 공산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켰으며, 산업화로 굶주림을 해결했다는 데는 그 시대를 살았거나 객관적 역사교육을 받은 국민이라면 부인하지 않는다.

이런 평가가 일부 진보세력의 감정선을 자극할 수 있으나 공이 과보다 크다는 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1980년 군을 동원해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이를 계승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평가는 부정적 공감대가 형성 돼 있다.

이광형 뉴스1 충북·세종본부 대표
이광형 뉴스1 충북·세종본부 대표

이들은 집권기간 88올림픽 개최와 북방외교 등 업적도 존재하지만, 정권 출범부터 정통성을 갖지 못한 데다 집권과정에서 불평등, 불공정, 부정의 등 비민주적 권력행사로 국민을 억압했다.

그로인한 피해 회복과 진상 규명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청산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가와 국민 모두의 불행이며 다시 일어나선 안 될 뼈아픈 역사다. 이 두 전직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가 최근 충북에서 논란이다.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는 충북도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의 하나로 설치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이 있다. 그동안 진보단체를 중심으로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고, 도와 도의회가 '장군 멍군'하며 철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충북도가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전격 철거를 결정했고, 도의회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기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다.

명분은 이들이 1997년 반란수괴 등의 죄로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 형이 확정된 범죄 전과자란 이유다.

그런데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철거 반대 여론이 일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잠시 멈추고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문제는 동상이 철거된다 해도 우리 헌정사에 두 전직 대통령이 집권한 13년의 흔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동상을 존치한 채 이들이 남긴 불법과 악행을 첨부해 관람객에게 알려주는 것도 역사의 순기능이다. 이미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세워진 동상을 철거한들 두 전직 대통령을 증오하는 사람들의 '감정풀이'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 알려주고 이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역사 교육의 순기능 측면에서 옳지 않아 보인다.

철거하지 않는 것이 법적 문제가 된다면 모르지만, 우리 현대사에 엄연히 존재하는 두 전직 대통령의 어두운 역사를 추앙하고 미화하는 것도 아닌데 철거하는 건 또 다른 갈등을 부르는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이런 상식적인 일에 목소리 크고 논리 개발에 능한 시민운동가들의 주장만 듣지 말고 침묵하며 지켜보는 다수의 마음도 살펴야 한다. 이시종 지사가 중심을 잡고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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