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초대하지 않은 외객이 갑자기 들이닥쳐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의 뒷정리는 당연히 집주인의 몫일 것이다. 게걸스럽게 먹은 밥상도 치워야 한다.

청주가 딱 이 처지다. 외지 투기꾼들이 훑고 지나간 부동산 시장에서 청주 시민들은 이제 설거지할 일만 남았다.

정부가 청주의 투기 광풍을 겨냥해 6·17부동산대책 총탄을 쐈는데, 목표물인 투기 세력이 현재도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진작에 빠졌다고 본다.

지난 5월 청주 아파트 거래량은 5천410채로 전달보다 무려 195%가 증가했다. 이 중 3~5월 분양권 전매거래량은 2천165건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340% 급등했다.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아파트 가격 변동률도 지난 5월 둘째 주 0.13%에서 한 달 만에 0.84%까지 찍었다.

그런데 6월 한달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전달보다 26.7% 감소했다. 청주 아파트 물량의 절반가량을 사고팔던 외지인의 비율도 35%나 줄었다.

갑자기 고꾸라진 이 현상을 규제조치 영향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후 고작 13일이 지나는 동안 이 정도의 직격탄 효과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청주로 유입된 투기수요는 올 초부터 매물 확인도 없이 웃돈을 붙여 족족 사들였다고 한다. 샘플로 던질 몇 몇 물건에는 엄청난 프리미엄을 붙여 가격 상승 분위기도 조장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분위기를 다진 뒤 그들은 3~5월 드디어 공들인 노력의 '대가'를 붙인 물량을 쏟아냈다. 이미 치고 빠졌는데 당연히 6월 거래량은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규제 영향이 아니라 '한탕' 후에 나오는 예측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어를 낚겠다고 청주 바닥에 던진 '규제망'에 걸려야 할 투기 세력은 이미 목적을 달성하고 떠났다는 의미가 된다.

걸려들어야 가격 상승에 현혹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투린이(투자+어린이)' 정도일 테고, 주택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은 '규제코'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고 허덕일게 자명해 보인다.

이런데도 청주를 규제조치 중 하나인 조정대상지역으로 계속 묶어둘 필요가 있을까.

이상 징후를 빠르게 감지해 적당한 타이밍에 제제에 들어갔다면 기대했던 효과는 물론 단기간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세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청주에 내린 규제는 시기를 놓친 '사후처방(死後處方)'에 가까워 보인다.

투기 세력을 막아줄 보호막이 있으면 집값이 내려가고 안정화 될 수 있다는 일부 기대심리도 있으나 과연 규제가 무서워 집값이 떨어질까. 집값이 이미 오른 상태에서 손해를 보고 집을 팔 소유자는 없다. 여기에 각종 세금까지 더해지면 이를 감안해 가격을 더 높일 수 있고, 적당한 거래가가 형성되지 않으면 매물 자체는 아예 사라져 집 구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

규제를 바라는 무주택자가 자신의 집을 갖게 된다면 정부 정책에 순응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집값을 내릴까. 아마 규제 해제를 더 아우성칠 수 있다.

박재원 경제부장
박재원 경제부장

어찌됐든 투기 세력이 한상 차려 먹고 사라진 청주는 이제 뒤처리할 현실만 남았다. 다주택 시민은 보유세에 오른쪽 뺨 내줘야 하고, 집을 팔면 양도세에 왼쪽 뺨을 내줘야 한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기회를 얻을 주택담보대출은 종전보다 쪼그라들어 턱없이 부족할 터다.

이 같은 '규제 롤러코스터'가 이제 청주를 태우고 하강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니 안전벨트를 꽉 매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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