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이춘재 살인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과거 경찰의 수사관행이 큰 비판을 받았다. 경기도 화성의 경찰들은 힘없고 약한 이를 골라 가짜 살인자를 만들었다. 충북경찰도 마찬가지다. 이춘재가 저지른 1991년 가경동·남주동 살인사건 모두 가짜 피의자를 내세웠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필수였다. 과정은 물론, 결과도 잘못된 수사다.

경찰의 아니면 말고 식 수사로 몇몇은 목숨을 끊기도 했고, 몇몇은 옥살이와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 이야기가 지금으로부터 20~30여년 전 20세기 경찰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21세기 경찰은 다르다. 과학수사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수사를 한다. 공권력이 주어진 만큼 엄격한 규정 아래 움직인다.

그런데 가끔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찰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비위를 저지른다. 청주 분평지구대 A경감은 자신이 놓친 범인을 잡으려고 경찰 신분을 숨기고 112에 허위신고를 했다. 어느새 범죄 피의자와 절친이 된 그는 '지인이 위험하다'며 불법위치추적을 요청했다. 결국 범인을 잡았지만 모든 과정이 위법한 수사였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112상황실을 비롯한 지휘라인 전체가 연관이 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위법한 정황을 지워나갔다. 처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침착하고 깔끔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사실들은 명확히 잘못을 증명하고 있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기자

자정능력을 잃은 조직에 미래는 없다. '잘못'을 감추다보면 결국 곪아터지기 마련이다. 다 막은 줄 알았던 '진실'은 결국 언론에 닿는다.

충북경찰이 이번 문제를 조용히 덮을 수도 있다. 다음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그때 바로잡아도 된다. 21세기는 아직 80년이나 남았다. 다만 이런 선택은 도민의 신뢰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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