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팔순 청춘'의 흔적들

돌체시대 제3집
돌체시대 제3집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문단을 출범시킨 청오문학회(회장 송주헌)가 '돌체시대' 3집을 내놓았다.

2006년 제1집을 발간한지 8년만인 2014년 제2집을 발간해 화제가 됐었고, 이후 6년만에 제3집이 발간됐는데, 이것이 청오문학회의 마지막 문집이 될 것으로 보여 지역 문인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제2집 발간때도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책"이라고 했지만 5명만 남은 청오문학회 회원들은 80이 넘은 지역의 어른들로 2020년 6월 '돌체시대' 3집을 발간했다.

청오문학회 5인. 왼쪽부터 박영수, 송주헌, 임찬순, 김홍은, 윤혁민 옹. 이들은 모두 80이 넘었지만 충북문학을 이끌어온 산증인이다. / 이지효
청오문학회 5인. 왼쪽부터 박영수, 송주헌, 임찬순, 김홍은, 윤혁민 옹. 이들은 모두 80이 넘었지만 충북문학을 이끌어온 산증인이다. / 이지효

1956년 청주출신 신동문 선생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선기'가 당선돼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다. 그해 5월 청주시내 고등학교 문예부 학생들이 '푸른문'을 창립했다. 다음해 신동문, 민병산, 이설우, 박재용, 오세탁, 최병준, 송주헌 등 7명이 '충북문협(현 청주문협)'을 최초로 창립해 체제를 갖추게 됐다.

'청오문학회'는 그것을 뿌리로 1978년 5월 결성한 모임이다. 청주에서 1950년대 글을 쓰던 사람들이 모여 창단한 것이 바로 '청오문학회'였던 것이다.

'청오문학회'에는 박재용, 최병준, 오세탁, 송주헌, 이상훈, 우영, 임찬순, 박영수, 허근 선생 등 9명으로 출발했다. 이후 윤병수, 조장희 선생이 합류하면서 11명이 됐다. 2017년 늦게 김홍은 수필가가 합류했지만 이제 남은 회원은 모두 다섯 명 뿐이다.

현재 송주헌(88) 회장을 비롯해 윤혁민(83), 임찬순(82), 박영수(82), 김홍은(80) 회원 5명이 청오문학회 회원으로 남아있다.

모두 80이 넘은 지역의 어른이 됐지만 이들은 먼저 떠난 문우들을 추억하며 그들에 대한 기억과 그들이 남긴 작품을 함께 엮는 것이 마지막 의리라고 여겨 어렵게 '돌체시대' 제3집이 나오게 됐다.

임찬순 전 충북문협회장은 "팔순이 넘도록 마지막 다섯 사람이 청오회를 지키면서 스스로 힘겨워 로마 마지막 군단에 비교하며 높이 든 깃발의 긍지, 순수한 우리의 자부심,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소중함, 끝까지 씩씩하고 비장했던 로마군단의 정신, 그 모든 것을 묶어 놓은 외침같은 그 깃발을 힘껏 든다"며 '마지막 로마군단의 깃발'이라는 글로 서문을 열었다.

제1부에는 청주문단을 출범시킨 청오문학회 회원들을 특집으로 다뤄 먼저 떠난 신동문, 민병산, 이설우, 박재용, 최병준, 오세탁, 이상훈, 우영, 조장희의 삶을 들여다봤다. 제2부에는 시와 수필, 제3부에는 동화·소설·희곡·드라마를 함께 실었다.

박영수 수필가는 '돌체시대'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 문학의 산실이었던 '돌체다방'을 언급했다.

"1970년대 현 성안길 안 청주우체국 옆에 돌체다방이 있었어요. 그 다방에서 문인들이 만남이 이뤄졌죠. 서울에서도 유명한 문인들이 오면 꼭 돌체다방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그곳이 청주 문화 일번지이자 문인들의 아지트였습니다. 이제 나이 50이 되지 않은 사람은 돌체다방이라고는 전혀 모르죠.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게 아쉽게 느껴집니다."

돌체시대 3집을 내놓은 청오문학회를 기리기 위한 모임이 3일 열렸다. / 이지효
돌체시대 3집을 내놓은 청오문학회를 기리기 위한 모임이 3일 열렸다. / 이지효

'청오문학회' 회원들은 법정 기념일로 지정돼 청주에서 기록의 날 행사가 열린 6월 9일 돌체시대가 발간 돼 그 의미를 더욱 남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로 6월 17일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가진 청오문학회를 격려하고 축하하기 위해 지난 3일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 회장, 한장훈 충북지역개발회장이 자리를 마련해 유성종 전 교육감, 류귀현 운초문화재단 이사장, 김효동 전 충북문인협회장, 김동연 해동연서회 회장, 임승빈 충북예총 회장, 류제완 충북문인협회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이 함께 했다.

송주헌 청오문학회 회장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 이야기를 남기지 않으면 훗날 누가 이런 역사를 알겠는가"라며 충북문학의 싹을 틔워왔노라며 여운을 남겼다.

유성종 전 교육감은 "청오회를 기리는 모임처럼 바로 이것이 청주 문학환경의 중요한 토양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로마군단이어서는 안된다. 충북문단의 1, 2세대가 3집을 출간했으니 마지막 로마군단이 아니라 3, 4, 5 세대로 당연히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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