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박지성의 스승인 알렉스 퍼커슨감독은 27년간 맨체스터팀을 이끌면서 총 49회의 우승을 이끌며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은 축구계의 명장중 명장이다. 그는 수많은 축구스타를 발굴했지만, 항상 11명의 선수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이도록 강조했다. 이러한 성공적인 모델을 지닌 지도자는 인성, 재능, 헌신, 배려, 자신감, 소통, 일관성 등의 자질에서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 이것은 스포츠감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德目, virtue)이기도 하다.

최근 한 지자체 스포츠팀의 폭력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스포츠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사건의 중앙에는 선수들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지도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일부 지도자의 폭력은 스파르타 교육 스타일이라며 우리 사회에서도 암묵적으로 용인해 온 것이 사실이고, '왕년에는 더 많이 맞고 운동했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문제해결은 늘 뒷전이었다.

최근 정부는 스포츠계의 폭력문제를 극복해 보겠다며 스포츠윤리센터를 발족했다. 그러나 이 센터의 기능에 대해 스포츠계에서는 반신반의한 눈치다. 문제의 큰 맥락을 짚지 못하고 있고 스포츠윤리가 무엇인지조차도 정부나 관계기관의 관계자들이 이해를 못하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스포츠활동의 통제기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행위가 스포츠윤리다. 스포츠현장에서 대표적인 운리적 관점은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다. 스포츠 활동이 스포츠 자체에 있다면, 그 활동을 통하여 도덕성을 함유한 성숙한 인격체로 고양되어 사회에 공헌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 관점에서 '윤리'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스포츠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승부조작, 금권주의, 폭력, 성차별, 성폭행, 인권침해 등의 비윤리적 문제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고 재발의 위험도 크다.

그 배경에는 국민체육진흥법 제1조가 있다. 박정희정권시절인 1960년대부터 국위선양과 사회통합의 목적으로 체육이 존재한다는 정책을 펴다가, 제5공화국 시절인 1982년에 아예 사회주의 국가에나 있을법한 '국위선양'을 법률 목적에 포함시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현대 국제스포츠계가 평화와 인권시대로 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국위선양'이라는 큰 족쇄를 채워놓고 있는 셈이다.

지도자나 선수들의 윤리의식을 개선하는 교육, 스포츠가 추구하는 본질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양한 접근을 통해 문제해결방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양철학적 관점에서 '덕(德)'은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행위와 관계에서 근본이 된다. 스포츠세계에서도 덕을 지식으로써 습득하고, 습득된 덕이 적절하게 발현되어 실천할 수 있도록 체득되어져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지도자가 올바른 인격과 성품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팀원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없다.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하는 지도자가 영향력을 행사하기란 불가능하다.

팀이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한 이상,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연대의식의 강화는 팀의 구성원이 받아들여야할 미덕이었다. 근대 영국에서는 애틀레티시즘(athleticism) 개념을 중심으로 사회성 함양을 위한 교육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연대의식의 강화가 강조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의 승리가 갖는 의미가 과도하게 인식되면서 목표달성과 관련한 구타와 체벌 등의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한 연대의식의 부작용이 팀의 위기를 만들고 있다.

허건식 체육학 박사, WMC기획경영부 부장
허건식 체육학 박사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팀에서 지도자와 선수의 리더십과 펠로우십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유지하고, 부정적인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팀원들의 미덕과 역할을 중심으로 한 수평적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다. 이것은 스포츠에서 팀원의 능동적인 태도에서 시작되어 덕목의 완성을 통해 팀의 성공과 안녕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지도자의 덕목이 없는 팀에는 유능한 선수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며, 당연히 그 팀은 존재가치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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