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2020년 올해는 그놈의 COVID19로 봄, 여름이 어떻게 지났는지 잘 생각이 안 난다.

창 밖에 지루한 장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데 잘 아는 이가 입추 칼럼을 써달란다.

"뭐 입추(立秋). 가을이 왔다고? 나는 아직 여름휴가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무슨 놈의 입추. 지금 전국이 장마 비로 난리인데"하면서 달력을 보니 며칠 후가 입추이다. "어 맞긴 맞네, 벌써 이리 되었나?"

엊그제 내가 사는 공주는 요 근래 보기 드물게 금강물이 불어 둔치공원이 완전히 물에 잠기었다. 아마도 내 기억에 20년 이쪽저쪽으로 그렇게 큰물이 지난 것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공주에는 그리 비가 많이 오지 않았는데 왜 그리 되었을까? 알고 보니 대전과 청주 지역에 비가 많이 온 것이다.

대전의 유등천, 갑천, 대전천의 3대 하천 물이 신탄진을 경유해서 금강으로 밀려들고, 청주의 미호천 물이 세종시를 통과해서 공주에 당도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대청댐을 일부 방류했다니 홍수가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주는 큰 피해가 없이 물이 빠졌으니 천만 다행이었다.

대전, 청주가 잠잠해지니 이제는 충북 북부와 경기, 강원이 난리이다. 300mm 가까운 폭우에 산사태가 나고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유실되며 10여명 이상의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저수지 둑이 무너지고 한강수위도 계속 올라 팔당 댐의 방류도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사상 최장의 장마라고 떠들어 대고 있으며 지금도 빗줄기는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로 힘든 우리 대한민국을 하나님이 보우하사 지금의 집중호우에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원래 절기상 입추는 벼가 한창 익어갈 때라서 날씨가 쾌청하여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이상 계속되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다고 한다.

올해에는 한국이 온통 코로나로 고통을 받고 있으니 날씨라도 우리를 도와주어서 입추이후에는 쾌청한 날씨가 연속되길 기원해 본다.

또 입추 이후에는 벼가 엄청 빨리 자라므로 귀 밝은 개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그리하여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이 생겼다.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 벼가 실하게 익어 황금물결 출렁이는 우리 농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입추가 지난 후에도 늦더위가 있기는 하지만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가을 준비를 시작하여야 하는데 특히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 김장에 대비하여야 한다.

김장철에도 비가 자주 오면 배추, 무의 새싹이 빗물에 삭아 김장을 망치게 된다.

이를 보면 입추 이후의 기후가 우리 농촌의 풍요와 빈곤을 결정했던 것이다.

올해는 제발 입추 이후의 날씨가 쾌청해지길 바라고, 여지껏 여름휴가를 못간 나도 가까운 바다에 가서 잠시 몸이라도 한번 담가보았으면 한다.

내 나이 칠십. 늘 자연과 접하고, 기후에 많은 관심을 갖으며 춘하추동을 즐겁게 살아 온 나에게 최근 2~30년 동안 생각지도 않은 여러 기상 이변으로 당황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모든 원인은 지구의 온난화이다. 하루 빨리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온난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갈수록 재앙은 더욱 커질 것이다.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권력 다툼에 눈이 멀어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세계의 지도자들. 그런 근시안적인 정치인들에게 우리 평범한 시민들, 우리의 후손들을 사랑하는 지구촌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압박을 가해 기후 변화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지구를 지킬 시간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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