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2008년 5월 14일 청주 시청 옆 건물 3층에 법무사로 개업을 했고, 시청사 신축 계획에 따라 10여 년 정든 터를 떠나 횡단보도를 건너 시청 앞으로 이사를 간 이유는 법원 앞으로 이사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단순함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변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확연한 차이로 다가온다.

시청 옆에 있을 때는 청주시청이 행정청으로써만 존재했으나 정문 앞으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 시위를 하는 분은 '무엇 때문에 목소리를 내실까?', 혼자서 장대비를 맞는 저분은 '무엇이 억울하실까?' 등등의 고민이 떠오른다. '우주를 구성하는 건 원자가 아니고 이야기다(The universe is made of stories, not atoms)' 미국 시인 뮤리얼 루카이저의 은유처럼 이야기로 다가온 청주 시민의 언어 속 또렷이 들리는 소리가 있다. "지방자치 실망이야!"

지방자치는 민선 7기를 맞고 있다. 무려 7번의 자치단체장이 선출되었으나 여전히 임명직의 느낌이다. 선거가 끝나면 바로 권위적인 모습, 시민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풍경, 왼쪽 귀로 듣고 오른 귀로 흘리는 능력, 아침에 본 것을 저녁에 잊는 습관, 이렇게 해서 지방자치 과연 될까 싶은데 역시나 들리는 소리가 있다. "지자체장 전과 같아!"

임명직이 나쁜 제도는 아니다. 다만 지자체장을 중앙집권은 임명하는 것과 달리 지방자치는 선거로 선출하는 것이 필연이다. 그 이유는 시민들의 원하는 바를 지자체장이 창조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집권의 냄새가 나니 질문을 던져본다. 왜 지자체의 장들은 임명직의 냄새를, 지방의회는 무색·무취의 존재감을 나타내시나요? 돌아오는 답은 "우리가 말이 선출직이지 권한이 없어요. 중앙정부가, 국회의원이, 당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그리고 바로 따라오는 말이 "뭘 하려 하면 돈이 없어요!" 현재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예산과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점은 맞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그 사실을 전부 알고 (어떤 이는 3선, 4선) 출마 한 것이니 변명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고, 그런 변명을 되풀이하면서도 자신의 정당만을 위해 서 뛰어다니니 시민들은 지방자치 제도 필요성에 실망감만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중앙집권은 오랜 역사를 통해 효율성을 증명해 왔으나 미래는 개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극대화해야 하므로 지방자치로 가야 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다. 그러나신속과 창의성을 목표로 하는 지방자치를 느린 지자체장과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지방의원들이 이끌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최근 예로 청주시가 부동산 조정 대상 지역이 부당히 되었음에도 항의는 물론 고민조차 하지 않는 지방자치의 수준에서 시민들의 실망감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제 밥상 차려지면 숟가락을 고민하겠다는 지자체장과, 때가 되면 젓가락을 얻겠다는 지방의원이 아닌 시민과 같이 숨을 쉬면서 행정 조직 효율성을 이끌 신속과 창의성을 갖춘 사람이 리더(leader)가 되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지자체 청사를 구성하는 것은 벽돌이지만 지방자치를 구성하는 것은 시민의 이야기이다. 그 시민들의 의미 있는 이야기로 구성된 지방자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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