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국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정치인의 전유물인 '생떼'가 일부 종교 단체와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생떼의 사전적 의미는 지나치게 또는 터무니 없이 부리는 억지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일제 강점기때부터 쓰여진 일본어 잔재 '뗑깡'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

생떼는 정치인들이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단골 메뉴다. 최근에는 코로나 19 재확산의 주범인 일부 종교단체와 서울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정부를 공격하고 방역 대책을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광화문 집회 이후 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교회에 비대면 온라인 예배만 허용하는 등 집합 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개신교 연합단체의 하나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지난달 19일 "정부가 코로나19를 내세워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며 소속 회원들에게 '예배를 멈추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한교연이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면예배 금지에 동참한 한 개신교 관계자는 "도대체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 지 모르겠다. 한교연은 현장 예배에서 교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방역 비용과 치료비를 대신 물어내겠다는 것을 밝히라"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1천 명 넘게 나와 제2 신천지 사태로 불리는 서울 사랑제일교회는 더 가관이다. 이 교회 전광훈 목사는 "지난 15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일파만파' 집회에서 (교회가)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광복절 집회 이틀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바이러스 테러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왔다"며 "우리 교회는 바이러스 사건이 터진 후 손 소독, 열 체크, 마스크 착용을 했는 데도 8·15 집회를 앞두고 확진자가 쏟아졌다"며 테러 주장 배경을 밝혔다.

전 목사는 퇴원 후에도 감염 확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의 방역 조치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다.

사랑제일교회는 늦었지만 교회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는 억지 주장을 그만하고 정부의 방역 대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때마침 건강보험공단이 2일 방역 활동을 방해한 사랑제일교회에 구상권을 청구했다. 공단은 이 교회 확진자는 단순한 환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러 차례 방역 활동을 방해하고 명단을 감추는 등 코로나 대유행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구상권 대상자는 이날 기준으로 전 목사를 포함해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1천83명이며, 청구액은 57억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도 사랑제일교회가 끼친 인적, 물적 손해 액수를 계산해 전액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경기도도 진단 검사를 거부한 교인들에게 형사 고발과 구상권 청구를 예고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방역당국은 이번 주말이 코로나19 확산세를 가를 최대 고비로 보고 거듭 외출 자제를 호소했다.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앞서의 일들로 인해 이미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가 한단계 높아졌다. 종교단체는 '예배는 생명'이라는 '생떼' 그만 쓰고 당분간 대면 예배를 멈춰야 한다. 현장 예배를 계속 고집한다면 자칫 지난 3월 대구 신천지 교회처럼 교인을 통해 코로나19가 다시 일파만파로 퍼져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멈추는 사상 초유의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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