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들의 파업 등 집단행동이 계속되면서 정부와 의료계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파업에 참가한 일부 전공의를 관계부처에서 고발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지지와 함께 전공의 사직서 제출, 의대생 합류 등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정부에서 섣부르게 압박카드를 썼다가 사태를 키운 것이다. 지금껏 한번도 제대로 된 갈등조정을 하지못한 현 정부가 또 일을 그르치고 있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단계적으로 출구부터 찾아야 하는데 '쾌도난마'하겠다며 칼부터 휘두른 셈이다.

의료계의 파업은 진료공백과 함께 환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의사협회가 오는 7일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눈앞의 의사 국가고시는 벼랑끝에 매달려 있다. 더구나 지금의 코로나19 재유행의 기로에 선 비상시국이다. 의료현장의 조그만 빈틈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오래 묵어 하루빨리 풀어야 할 일이라도 앞뒤를 봐가며 해야 하는데, 의욕만 앞서다보니 이런 꼴이 됐다. 그럼에도 문제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중재자가 나서야할 판이다.

이 와중에 여당이 조정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들은 의료계 주장을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정원, 공공의대 등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일부 사안은 철회가 어렵다는게 정부 입장이라서 협의가 쉬울 것 같지는 않다. 더 큰 문제는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각론까지 해답을 찾으려니 험로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먼저 논의의 장을 열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의 사태가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서 비롯된 만큼 여기서부터 풀어야 한다.

이번에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섣부른 결정은 뒷탈을 낳게 된다. 양보를 하든, 강행을 하든 논의와 고민을 함께 하는 모습이 먼저여야 한다.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의대정원 확대를 포기한다면 국민의료수준의 저하가 불보듯하다. 단순 의사수 늘리기만으로는 기관별·지역별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의사부족이란 근본 문제를 풀지 않고는 아무 일도 안된다. 문제를 단편적으로 쪼개 하나하나 답을 찾으면 된다. 공공의대 신설도 다르지 않다. 한꺼번에 뭉뚱그리다보니 탈이 난 것이다.

파업중인 전공의 등은 원점에서의 재검토 약속만 분명하면 현장복귀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술한 입안과 추진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로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들 정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절차적 당위성을 갖추는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나서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답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충북의 경우, 턱없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한편 이들의 교육여건까지 갖춰야만 한다. 배출만 한다고 지역의사가 늘어나지 않는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며 갈 수 있는 출구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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