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선장 없는 배는 어떻게 될까? '선장 없는 배는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배를 이끄는 수장이 없으면 결국 방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충북도가 충북도립교향악단의 수장인 지휘자를 뽑지 않고 객원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3년부터 올 8월 말까지 7년 간 도립교향악단을 이끌어오던 양승돈 지휘자의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후임 지휘자 공고를 내지 않는 것이다.

양승돈 지휘자도 그동안 3번의 연임과 1년의 임기 연장을 통해 7년동안 도립교향악단을 이끌었다. 지난해 임기 연장에 앞서 지휘자 공모를 진행했지만 선발 기준에 맞는 이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1년을 맡았던 것이다.

지휘자가 공석이 됐지만 충북도는 코로나19로 올해 제대로 된 공연을 한 번밖에 올리지 못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른 공연장 폐쇄로 소규모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당장에 지휘자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며 시간을 두고 지휘자를 뽑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음악인들은 객원체제로 교향악단을 이끌어가겠다는 충북도에 대해 '복지부동', '무사안일',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만약 학교에 담임이나 교장이 한달에 한번이나 분기별로 바뀐다면?, 도청의 팀장이나 과장, 도지사가 분기에 한번씩 바뀐다면 그 단체는 어떻게 되겠냐고 되묻는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일지라도 분기에 한번씩 스쳐가는 곳이라면 업무파악은커녕 1일 특강 강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구성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수장이 자주 바뀐다면 업무의 안정도 되지 않을뿐더러 수장을 믿고 따라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보면 조직의 분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고 이끌어줄 수장이 필요한 것이다.

또 수장이 없으면 대외적으로도 도립교향악단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소규모 온라인 공연 등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렇다고해서 수장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코로나19 등 급변하는 사안에 맞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이를 조정하고 실현해 나갈 유능한 수장이 있어야 한다.

현재 도립교향악단은 부족한 인원, 사무국 등 조직 체계의 불합리성, 예술감독의 역할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시간을 갖고 연간 4~5명의 단원을 선발해 연령 분포에 맞춰 점진적 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또한 현재 사무국 직원들은 교향악단 사무직원으로 전환해 업무분장을 하고, 악단 내 단무장제를 운영해 기획·홍보 업무 주관과 더불어 객원단원, 초빙 연주자 및 교향악단의 스케줄 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도립교향악단의 문제를 짚어내 풀고 한단계 도약시키는 일은 수장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립교향악단을 잘 파악하고 이끌어 줄 수장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런 자리를 언제까지 땜빵으로 버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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