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곳곳 '비대면 명절' 분위기 연출

추석을 보름 앞둔 14일 보은전통시장. 코로나19 재확산으로 5일장마저 취소되면서 지난해 대비 한산한 모습이다. / 안성수
추석을 보름 앞둔 14일 보은전통시장. 코로나19 재확산으로 5일장마저 취소되면서 지난해 대비 한산한 모습이다. / 안성수

[중부매일 안성수 기자] "애들한테 내려오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보은읍 어암리에 사는 박점순(72)씨는 올해 추석을 남편과 단 둘이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세종에 살고 있는 자식 둘에게 전화를 걸어 오지 말라며 단단히 일러뒀다.

최근 보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가 타지에서 내려온 자식에게서 전염됐단 사실을 알고 더 조심스럽다는 박 씨. 그러나 아쉬움은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한 시민들이 이동 제한에 동조하면서 올 추석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지역 시장의 경우 5일장이 취소되고 벌초 대행서비스가 급증하는 등 충북 지역 곳곳에 '비대면 명절'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14일 오후 1시 보은전통시장은 추석을 보름 앞뒀음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뜸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5일장마저 취소된 지 오래다.

보은군은 관내 65세 이상 인구 약 1만1천명인 초고령사회. 지역 노인들은 홀로 지낼 추석 생각에 한숨이 길어지고 있다.

전통시장서 채소 판매를 하는 박 씨는 "외지에서 객이 와야 북적이는 데 올해는 그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혹여나 자칫 일이 생길까봐 자식들보고 오지말라고 했지만 손주들이 보고 싶긴 하다"고 토로했다.

비대면 추석을 대변하듯 기차 예매율 또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이 지난 8~9일 추석 연휴 승차권 예매를 실시한 결과 전체 좌석의 23.5%인 47만석만 예매가 진행됐다. 지난해 추석 예매된 좌석 수(85만석)의 절반 수준이다.

청주 상당구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고 있는 정옥희(51)씨도 친정인 밀양을 가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계획이 무산됐다.

정 씨는 "보은에 온 지 10년이 됐지만 일 핑계로 친정에 가보지 못했다"며 "올해는 가려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기차표 예매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추석이 권장되면서 벌초 대행서비스 또한 급증하고 있다.

충북산립조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관내 실시된 벌초 대행서비스 건수는 2천277건으로 이미 지난해 총 건수(2천32건)을 12%나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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