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기를 통해 본 과학Ⅰ- 거대연구시설 방사광가속기는 빛을 만든다
가속기를 통해 본 과학Ⅰ- 거대연구시설 방사광가속기는 빛을 만든다
  • 중부매일
  • 승인 2020.09.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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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장
랑스 그레노블에 위치한 유럽방사광가속기(ESRF). / 출처: ESRF 홈페이지
랑스 그레노블에 위치한 유럽방사광가속기(ESRF). / 출처: ESRF 홈페이지

충청북도 오창에 최첨단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를 짓기로 결정된지 벌써 100여일이 지났다. 전국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사상 초유의 관심을 받았던 지난 4월의 뜨거웠던 유치경쟁이 엊그제 같은데 가속기가 들어설 오창산단부지 기공식을 지난 7월에 가졌다.

특히 입지를 결정한 선정위원회는 오직 과학자들과 해당전문가들로만 구성되어 과학기술적 합의를 통해서만 결정했다는 자체가 과학발전 역사를 만들었다고 본다. 이제 과학자들에겐 최첨단 방사광가속기를 성공적으로 지어야 할 책임과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지속시킬 의무가 남아있다.

대다수 국민에겐 가속기가 생소하겠지만, 우리 주변엔 여러 종류의 가속기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 진단장비는 아주 작은 가속기이다.

진공유리관 안에서 텅스텐 필라멘트를 가열하면 열전자가 튀어나오는데 이 전자를 고전압으로 가속시켜 금속판에 충돌시키면 열전자의 에너지 일부가 X선으로 나오게 되고 이를 진단용으로 사용한다. 의료용 사이클로트론은 전하를 가속시킨 후 물질에 충돌시켜서 암치료에 쓰이는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고 있다.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2012년에 완공됐고 재료과학, 우주과학 등에 필요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전에선 첨단기초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중이온가속기를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이다. 그러면 가속기를 또 만들어야 하나 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데, 방사광가속기는 두가지 억울한 게 있다.

첫번째로, 방사광가속기는 중이온가속기나 양성자가속기 같은 입자가속기가 아니다. 입자가속기는 구축시간이 오래 걸리고 예산도 많이 투입돼야 하며 연구분야는 기초과학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에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키는 것은 맞지만 가속된 전자를 그대로 쓰지 않고 전자를 가속시키면서 방출되는 빛, 즉 기존의 X선보다 수억배 밝은 빛을 사용한다. 그래서 방사광가속기를 '빛공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오는 빛이 다양하고 에너지의 폭이 넓을수록 용도가 그만큼 넓어지고, 방사광 빛의 양과 세기가 매우 높기 때문에 기존시설로는 불가능했던 연구결과도 얻을 수 있다.

두번째, 방사광가속기는 '방사광'이라는 명칭이 가져오는 선입관 때문에 위험방사능시설로 오해를 받고 있다. 방사광 X선은 의료용 X선촬영기와 마찬가지로 전력을 끄면 바로 꺼지기 때문에 안전하며, 지난 50여년간 전세계 방사광가속기에서 방사능사고가 난 적이 없다. 그러므로 방사능 누출사고에 대해선 전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1996년 준공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의 방사능사고 없이 연 4천여명의 이용자가 36기의 빔라인에서 연 500여편의 과학논문을 배출하고 있다. 유럽연합 방사광가속기인 ESRF는 알프스 유명 관광명소이자 정보화도시인 그레노블에 있는데, 사진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주택단지와 공존하고 있다.

이주한 박사
이주한 박사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는 세계 최고의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빛 크기는 기존의 1/50 이하로 줄이면서 1천배 이상 밝은 첨단 방사광가속기로 만들 계획이다. 입지를 결정할 때엔 '경쟁'이었지만, 구축할 적엔 '협력'이다. 산업지원을 강화해서 국가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를 하고 인력 선순환구조를 조성해 청년과학기술인력 육성도 해야 한다. 새로운 빛공장이 청년에겐 희망을 안겨주고 대한민국 과학기술 경제 발전에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과 지혜를 모으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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