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육아맘 맘수다' 시민기자

바야흐로 코로나 시대다. 수도권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까지 됐고 청주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까지 있는 우리는 여행은 꿈도 못 꾸고 가까이에 있는 곳을 산책하거나 아이가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거리만 움직이고 있다.

아파트 내에 있는 놀이터도 아이들끼리 모일 수 있는 한계가 있고 매일 밤을 아이를 데리고 드라이브만을 할 수도 없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기 위해서는 넓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이전에는 산책으로 자주 갔던 곳인데 이제는 아이와의 놀이장소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충북대학교. 우리 부부도 충북대를 졸업했고 이 근처에서 거의 20년째 살고 있으니 이제는 그냥 단순한 모교보다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원의 이미지가 훨씬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충북대학교는 1951년에 개교해 지금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학교다. 내가 개교 50주년에 입학했으니 벌써 20년. 당시에는 내 젊음을 함께 했던 추억의 한 페이지였지만 지금은 아이와 함께 소소한 산책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전환됐다. 내가 다닐 때만 하더라도 크게 가족 단위를 볼 수 있지 않았는데 요즈음에는 가족들이 함께 외출한 모습을 보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또한 충북대학교가 워낙에 크고 넓은 대학교인 덕분에 개신동, 사창동, 복대동을 아우르며 다닐 수 있는 통로의 공간이라 청주의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갈 수 있는 산책로 겸 놀이공간이 된다. 대학교가 학생들만의 공간만이 아니라 청주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거듭남을 다시금 느끼는 요즘. 집 앞의 작은 공원도 소중해지는 요즘 나는 아이와 함께 주말을 책임질 수 있는 충북대학교의 모든 교정을 추천하고 싶다.

평일에는 주차료를 받고 있지만 일요일에는 주차료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대운동장에는 하루 종일 학생들과 주변 주민들의 운동시간이 펼쳐진다. 우리는 구학생회관(동아리방) 쪽이나 도서관 쪽을 많이 이용해서 대운동장에는 크게 갈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에 지역 맘카페를 보니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인다고 한다. 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이와 함께 가볍게 산책도 하고 킥보드와 자전거도 태워주고 싶다면 굳이 대운동장에서 사람들과 붐빌 것 없이 널따란 공간의 충북대 곳곳에서 주말을 이용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 시대에 아이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충북대학교. 학교를 떠나 공원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아이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충북대학교. 학교를 떠나 공원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학교 온라인 수업으로 대학교에 학생들은 많지 않다. 주변에 사는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아이와 어디 콧바람이라고 쐬러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바로 이 곳! 도서관과 신학생회관 사이에 있는 얕은 언덕에서의 킥보드는 아이들의 로망이다. 우리 아이도 제일 좋아하는 장소다. 아이가 잘 놀고 있다면 어른들은 정문까지 산책의 길을 걸어도 너무 좋다. 낮에도 좋지만 밤에는 도로를 따라 가로등이 밝혀 주어 운동장소로도 아주 적절한 곳이다. 요즘은 날씨가 점점 선선해니 저녁 먹고 천천히 산책하러 가면 참 좋다.

동아리방으로 올라가는 바보계단도 역시 유명한 곳이다. 한 걸음과 두 걸음 사이에서 늘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이 계단은 아이와 함께 올라가기를 추천하고 싶다. 계단 정상에 오르면 보이는 농구장과 소공연장도 아이와 놀기 참 좋다. 특히나 소공연장에는 도토리 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도토리를 줍고자 오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늘 동아리축제가 열렸지만 이번엔 코로나로 볼 수 없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충북대학교는 학생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청주 시민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아이를 낳아 함께 그때의 길을 걸을 거라는 생각조차도 못했는데 지금은 그때의 그 교정에서 셋의 모습이 무척이나 익숙하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길에 우리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간다. 나의 추억이 가득 담긴 교정을 아이와 남편과 함께 걷는 이 기분,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주길 바라본다. / 김인선 시민기자 (청주시 서원구 창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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