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로 빚어낸 과거-현대 조화

[중부매일 이병인 기자] 분청사기는(粉靑沙器)일제강점기에 미술사학자인 고유섭(1905~1944년)선생이 조선시대 전기에 해당되는 도자기를 일컬어 붙인 이름으로 '백토를 분장한 회청색의 사기'라는 뜻으로 이를 줄여 분청사기라명명한 것이며 흔히 분청(粉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분청사기의 역사를 보면 세종연간(1418~1450)에 매우 발달했고,세조연간(1455~1468년)에는 세련된 모습을 보이며 성종연간(1468~1494)부터는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철화분청사기는 분청사기가 쇠퇴한 1470년대부터 제작됐고 융성해 16세기 전반기까지 그 명맥을 다하는 특별한 역사를 갖고 있다.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계룡산 도예촌은 오는 28일까지 '과거와 현대展'이 개최된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판매부스는 운영하지 않으며 분청사기 만들기체험 등이 진행된다./편집자

▶분청사기의 장점은 점토와 백토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펼쳐진 다양한 문양이 매우 인상적이다.

어떻게 무늬를 넣느냐에 따라 상감분청 ,인화분청 ,박지분청 ,조화분청 ,철화분청 ,귀얄분청, 덤벙분청 등 일곱가지의 장식 기법이 한반도 전역에서 출토되지만 계룡산도자기는 말기청자부터 분청사기 일곱가지분청과 백자까지 다 만들어 졌다는 의의가 있다 하겠다.

분청사기 귀얄무늬 항아리
분청사기 귀얄무늬 항아리

분청사기 장식적인 특징을 보면 상감분청(象嵌粉靑)은 그릇 표면에 그린 무늬부분을 긁어내고 이곳에 백토(白土)나 흑토를 넣어 무늬를 나타내는 기법으로 선상감과 면상감이 있다.

고려시대 청자에서 처음 시작되어 분청사기에 널리 사용되었다.

▶인화분청(印花粉靑)은 무늬도장으로 그릇의 표면을 찍은 뒤 백토를 채워 장식하는 것으로 고려시대에 처음 시작되지만 분청사기에서 크게 발전한다.

처음에는 듬성듬성 찍지만 점차 그릇의 전면에 빈틈없이 무늬를 채워 넣는 화려한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

일정한 도장을 반복으로 찍어 추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박지분청(剝地粉靑)은 그릇 표면에 일단 백토 분장을 한 후에 원하는 무늬를 그리고 무늬가 없는 배경에 백토 만을 긁어 내는 기법이다

▶조화분청(彫花粉靑)은 음각기법이라고도 하며 백토 분장 뒤에 원하는 무늬를 선으로 조각하여 백색바탕에 회청의 태토색무늬가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철화분청(鐵畵粉靑)은 백토분장한 그릇에 산화철이 많이 포함된 안료를 사용하여 붓으로 무늬를 그린 것이다.

현대적인 감각의 추상적인 무늬와 함께 , 서민들의 익살스럽고 다양한 감정이 담은 소재들을 활용하였다.

대범한 문양의 철화분청사기들이 공주 계룡산 학봉리 일대의 가마터에서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귀얄분청은 백토분장을 바르는 데 사용된 풀비와 같은 붓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도록 한 것으로 강하고 생동적인 운동감을 준다.

▶덤벙분청은 백토물에 덤벙 담갔다가 꺼내어 백토 분장한 기법으로 귀얄과 같은 붓 자국이 없어 차분하고 백자와 같은 느낌을 준다.

분청사기 덤벙사발
분청사기 덤벙사발

분청사기의 일곱가지 분장기법 중 철화기법은 계룡산 학봉리지역에서만 출토되어 출토유물중 10분1정도이며 대부분은 인화와 귀얄분청이다.

하지만 계룡산 도자기를 대표하는 양식으로 주목되는 것은 간소한 몇 개의 선으로 그린 무늬가 강하고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에 그러진 무늬 소재는 물고기. 연꽃 .모란. 넝쿨. 파초. 풀 등 매우 다양하지만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대범하다.

이들 소재는 단독으로 혹은 복합되어 더욱 다양한 무늬로 나타난다. 또한 도식적인 장식, 추상적인 무늬, 회화적인 무늬 , 익살스러운 무늬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철화분청사기에서 무늬가보여주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면 물고기무늬는 어(魚)의 중국어 발음이 여(餘)와 같기 때문에 재산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알을 많이 낳기 때문에 자손 번창의 의미도 갖고 있다. 이외도 입신출세, 효행,부부 금술 등을 상징하는 무늬 소재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연꽃무늬 연꽃은 더러운 물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모습이 세속에 물들지 않는 고고한 군자에 비유되어 풍요와 다산,득남, 장수, 명예, 행운 등을 상징한다.

모란무늬 모란은 부귀와 명예를 상징한다.

▶넝쿨무늬 넝쿨(唐草)은 당나라 풍의 넝쿨 무늬로 여려 넝쿨이 서로 꼬여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특징 때문에 연면(連綿)의 상징이 된다.

계룡산 철화분청무늬에 삼엽무늬라 불리는 넝쿨무늬가 있는데 끝이 둥근 세개의 잎으로 묘사되며 넝쿨 무늬와 결합되어 조화를 이룬다.

주로 항아리와 장군병등에 보이며 학봉리 가마터 외에는 확인 되지않은 독특한 무늬이다.

▶파초무늬 파초는 푸르름 속에서 군자의 기상을 상징 하며 풀무늬는 상감 청자나 인화분청사기에서 널리 사용된 문양 이지만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는 풀 무늬가 중심 문양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분청사기 철화당초문항아리
분청사기 철화당초문항아리

대접이나 마상 배, 병 등에서 다른 문양없이 단독으로 간략하게 그려지고 있다.

계룡산 철화분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무늬와 해학은 계룡산이 가지고 있는 신령스러운 자연경관, 전통적인 제사 의식과 자유로운 제작 분위기, 이 속에서 제작에 활동을 한 예술가의 예술혼,그리고 붓이라는 도구의 효과, 계룡산 점토가 가지고 있는 거칠면서 검붉은 색, 분장 방법, 또한 소성 시 벌어지는 다양한 요변(窯變) 현상에서 빚어진 철화 핀 꽃 등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진하고도 강한 독특한 풍토양식으로써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양식과 역사를 갖는 계룡산 철화분청(鐵畵粉靑)은 다른 어떤 도자기 어떤 분청사기와 비교하기 어려우며 한국 도자사에서도 특별한 존재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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