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 미술관 채우승 개인전 '헛꿈'·갤러리청주 가국현 초대전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코로나 19로 인해 모든 예술계가 초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으로 시각예술창작지원 전시공간 긴급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청주에서는 스페이스몸 미술관과 갤러리 청주 2곳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이 두곳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소개한다.

#스페이스몸 미술관-채우승 개인전 '헛꿈'

오는 29일까지 제2, 3전시장

채우승 作 '헛꿈' 전시 전경 2020
채우승 作 '헛꿈' 전시 전경 2020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 공간으로 선정된 스페이스몸 미술관(청주시 흥덕구 서부로1205번길 183·www.spacemom.org)은 9월부터 11월까지 '투명의 역설: 투명하게 존재하라'라는 제목으로 두 번의 전시를 갖는다.

그 첫 번째 전시로 채우승(61)의 '헛꿈'이 오는 29일까지 스페이스몸 미술관 2, 3전시장에서 개최된다. 조각을 전공한 후 시지각적 인식과 전통적인 조각의 조형어법을 고민해 온 작가의 근작 16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헛꿈'에서는 채우승의 평면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조각가가 선택한 재료는 종이로, 두꺼운 한지가 평면으로 조각된다. 양감을 표현하기에 불리한 종이라는 선택은 작가의 탐구 주제인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뫼비우스의 띠처럼 회전시킨다.

채우승 작 흐린 창
채우승 作 흐린 창

조각을 전공한 채우승은 '평면적 일루젼(illusion)이 하나의 물질로 나타나는' 점에서 회화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작업해왔다. 미술에서, 평면-회화의 상대적 개념인 입체-조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진지는 오래이나, 조각가의 평면 지향은 독특한 성취로 보인다. 원근감과 공간감을 제거하고 납작하게 밀착된 세계는 착시를 일으키는 부분적 명암법의 사용으로 이분(二分)되지 않음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서 주로 발표되는 '창'을 제목으로 한 작품들은 배접된 장지 위에 오린 종이와 아크릴물감을 사용해 그려졌다. 창(窓)과 회화는 유사한 의미를 내포해 외형을 서로 흉내 내기도 하는 관계이다. 작가가 주로 표현의 대상으로 삼아온 창, 문, 난간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로 존재한다. 창과 문, 난간은 안쪽과 바깥쪽처럼 세계를 구분하는 '경계'이지만 두 세계가 연결돼 있음을 함께 의미 한다.

채우승 작 창-나무20-1
채우승 作 창-나무20-1

이는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한 작가가 부딪혔을 동·서양의 차이가 근원적인 경계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이유였으리라 판단된다.

조각가에게 평면은 무엇이었을까? 편평한 화면에 명암표현으로 입체화한 이미지 반복으로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넘나들며 단정할 수 없는 세계의 무한 반복으로 사유에 빠지게 한다.

우리는 예상치도 못한 팬데믹으로 '격리', '거리두기'라는 단어를 어느 때보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불의의 변고이나 가던 길을 잠시 멈추게 하고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번 채우승의 '헛꿈' 전시는 우리에게 일상의 시각에서 벗어나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회전의 굴레에서 유보하는 태도와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갤러리청주-가국현 초대전

오는 10월 17일까지

가국현 作 감성자기
가국현 作 감성자기

역시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 공간으로 선정된 전문미술품 상설전시장 갤러리청주(GCJ·청주시 흥덕구 가경로 8-1(가경동 태경빌딩) 8층)에서는 오는 10월 17일까지 한국미술시장의 유명 중견작가이며 갤러리청주를 대표하는 '가국현 초대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좋은 예술작품을 통해 우울하고 참담한 마음을 위로하고, 걱정보다는 축복의 새로움을 맞이하길 기원하는 전시이다.

이번 '가국현 초대전'은 '감성정물'을 주제로 현실의 거추장스러움과 욕심들을 잘 보듬어 사색과 관조로 정화시킨 정수만을 화폭으로 옮겼다.

극도로 단순화되고 절제된 선으로 최소한의 이미지만 담아낸 화면구성과 사람의 시선과 발길을 강하게 유혹하면서도 결코 속되지 않은 품위와 정제된 세련미를 물씬 풍기는 색채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국현의 그림들은 그의 타고난 미적 재능을 넘어 그가 얼마나 선과 색들을 가지고 노닐며 깊은 사색에 빠져있는가, 그리고 그 놀이의 극점에 달하는 절정의 경계점에 이르고자 수없이 고민하고 반복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가가 여실히 엿보인다.

가국현 작 감성자기
가국현 作 감성자기

시간의 흐름을 멈춰 버린듯한 그림에서는 말없는 조용함과 면면히 흐르고 있는 강렬한 생명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물질과 색채의 근원, 그리고 사물의 본질 속으로 다가가고자 염원하는 작가의 심적 열망이 물씬 전해지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들을 깨닫게 된다.

"제가 비워 놓은 도자기 안과 밖의 공간은 독자들이 채워 넣기를 원하는 공간입니다."

가국현 작가의 작품세계는 늘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아왔다. 잠시도 머물러 고여있음을 용납하지 않고, 평범함을 거부하며 늘 새로움과 특별함을 갈구한다. 30회 이상의 개인전에서 매회 보여준 변화와 발전이 곧, 오늘날 가국현 작품이 주는 기대와 설레임이다.

가국현 작 감성자기
가국현 作 감성자기

그림이란 처음엔 즉각적인 대상물을 감상하는것에 불과하지만, 좋은 그림을 깊이있게 감상하다보면 그 그림을 통해 매순간 비슷한 심경과 노력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삶, 즉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복잡하고 모호한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그 지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림을 제작한 화가도 만나고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자신과의 진정한 만남도 이루어지게 된다. 이것이 예술 감상이 가져다주는 공감대와 심리적 정화작용의 가치라 할 수 있다.

갤러리청주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슴속 울림을 함께 만나길 기대하며, 힘든 시간의 문을 통과하는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전시가 많은 시민들과 미술애호가 그리고 컬렉터들의 감성에 커다란 위로의 선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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