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자연이 주는 풍요로운 결실을 1년에 한번 추석때 가족과 나누면서 한평생을 이와 같이 지내고 싶은 소망을 뜻하는 말이다.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아왔지만 한가위만이라도 가족, 친지들을 볼 생각에 설렜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큰집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더 익숙해졌다고 느끼게 될 무렵,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복병이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가로막았다. 지난 2월 말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7개월이 지난 지금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한 주 앞두고 있다.

큰집이 청주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동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큰집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 추석은 각자 집에서 보내자고 말이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갈 수 있었을 때는 일부러 안가려고 했지만 막상 못가게 되니 몸이 편찮으신 큰 엄마의 건강도 걱정이 됐고 다른 식구들의 안부도 궁금해지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있을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도 생겨났나보다.

이제는 코로나19를 생각하지 않고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첫 명절을 맞이하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되도록 이동을 자제하면서도 가족들과의 만남도 뒤로 했지만 오히려 이를 틈타 해외여행은 못가지만 제주도로 떠나거나 충북도 자연휴양림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동을 안한다고 하면서도 조용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멀지 않은 곳에 부모님이 계신 경우는 평소와 다름없이 추석 명절을 함께 보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핑계거리도 얼마나 좋은가, 코로나19로 못간다고 하면 모두 이해되는 시기이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말 뿐인 명절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벌초도 대행업체에 맡겨 실시하고, 차례도 드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시는 조상님들이 얼마나 서운할까 라는 생각조차 든다.

주변에서도 한 집에 모이지 않고 각자 명절을 보내기로 한 가정이 많다. 그래도 부모님께 고기와 과일 정도는 보내드리고 남은 비용으로는 형제 자매들끼리 배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시점에서 명절을 연휴의 개념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앞으로 비대면 명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그동안 인간은 무한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자연을 너무 생각하지 않았다. 코로나19는 현대사회 문명의 이기속에 자연이 주는 경고이다.

늦었지만, 그래도 지금이 가장 빠른 시점이기에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자연에서 얻는 풍성한 결실을 함께 나누는 명절의 의미를 더욱 소중하게 느끼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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