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BTS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하다.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핫100'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3주차엔 2위를 기록하며 연속 정상권에 올랐다. 빌보드 핫100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요 순위를 집계하지만, 세계의 대중가요를 주도하고 있어 순위에 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한국 가수가 1위에 오른 것도 처음이지만 2주 연속 정상을 유지한 곡은 빌보드 전체 역사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해 20곡에 불과하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그 인기가 청소년 층 뿐 아니라 중년층까지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지지층이 확보되고 있는 셈이다. 중년 여성들이 방탄소년단의 '굿즈'(Goods)를 확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다.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청년층에서 위 세대인 중년층으로 확산되었다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열풍은 노년세대에서 아래 세대인 젊은 층으로 전이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참신한 출연진과 새로운 연출로 변신한 트로트 프로그램은 예상 외로 선풍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임영웅, 정동원 등의 트로트 스타들의 인기는 국내에서 만큼은 방탄소년단 못지않다. 노년세대 역시 '실버 덕질'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적극적으로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적인 문화접촉이 제한된 상태에서 온라인을 통해 노년세대들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고 그 여파는 다른 세대들에게도 확장되고 있다. 얼마 전 50대를 중심으로 포크 열풍이 불면서 국민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가요를 통해 세대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적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18세기 조선 사회에는 강독사, 다른 이름으로 전기수(傳奇?) 라고 하는 인기 있는 직업이 있었다. 최근 설민석 선생이 '책을 읽어드립니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잠깐 소개한 적도 있는데, 이들은 저자거리에 자리를 잡고 소설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며 밥벌이를 하는 독특한 직업이었다.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부유한 아낙네들이 남편 몰래 집으로 불러들여 소설을 낭독시킬 정도였다. 이 시기 사회분위기가 신분과 계층을 막론하고 소설을 읽고 싶어 했는데,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건대 흥미진진하게 소설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전기수는 국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문화전도사였다. 전기수가 광장에서 펼쳐낸 이야기에 세대와 신분을 아우르는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오늘의 방탄소년단, 트로트가수들의 역할을 감당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지나친 비약일까?

가요를 통해 세대가 공감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계층과 진영으로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특별히 노년층이 트로트라는 장르를 통해서 삶의 활력을 찾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이들 노년세대는 단순히 생을 연장하는 잉여적 존재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한 주체로 여생의 삶을 소중하게 가꾸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른바 웰 에이징(Well aging)의 삶을 살아가도록 그 기반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다. 국가 역시 세대 간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고 이들이 가치 있는 삶을 향유할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들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일자리 절벽에 내몰린 우리 청년들을 걱정하듯이, 문화적 삶을 갈망하는 노년세대의 정서도 국민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일찍이 신영복 선생은 "관계의 최선은 입장의 동일함, 즉 그 입장에 직접 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각 세대의 입장에 서보는 것, 세대 공감의 첫 걸음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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