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족 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8일부터 2주간 추석특별방역대책기간을 지정한 가운데 일요일인 27일 성묘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청주시 목련공원 진입로에 방문 자제를 촉구하는 '충청도사투리' 현수막이 내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 김용수

이제 추석연휴다. 일부는 벌써부터 명절을 맞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 닷새간의 연휴도 비슷할 듯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일상이 달라진 것처럼 명절을 쇠는 우리네 모습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세상, 즉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 올해 추석이다. 그런 만큼 올 추석은 남다르다. 지금 당장은 방역이 관건이다. 이번 추석연휴는 올 가을 대유행의 고비처다. 방역과 함께하는 명절도 처음이다. 이래저래 새로운 명절을 맞고 있는 셈이다.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인해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그런 까닭에 정부에서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충청권을 비롯한 비수도권은 유흥주점, 헌팅포차 등 5개 고위험 다중시설이 연휴기간 운영중단된다. 일부 시설에 대한 집합제한 조치는 10월 11일까지 이어진다. 특히 명절때 연례적으로 이뤄졌던 마을회관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무엇보다도 외지에 사는 가족들의 고향방문도 자제하는 추세다. 복지시설은 물론 실내 봉안시설 운영이 중단되고 열차는 한자리씩 건너서 앉아야 한다.

이같은 조치들은 사람들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확산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명절나기는 대체로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오랫동안 떨어졌던 가족·친지들을 만나 안부를 묻고 정담을 나누는게 명절의 가장 큰 미덕이다. 한 해의 결실을 조상께 올리고 가족의 안녕을 고하는 일은 가족 개개인의 몫으로 돌린다고 해도 부모 등 웃어른들을 모시는 풍습은 어찌할 것인가. 이번 한 번만이라면 별 문제가 아니지만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이기에 그렇다.

이제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이 거북하지 않은 벌초, 가족·공원묘지가 대부분인 성묘는 오래지 않아 새로운 풍경을 맞을 듯 싶다. 충남도에서는 모바일로 조상묘를 찾아볼 수 있는 공간정보포털을 운영한다. 차례, 성묘로 대표되는 조상 모시기와 가족 돌아보기가 없는 명절은 그냥 연휴일 뿐이다. 코로나를 맞아 확산되고 있는 '추캉스'는 그래서 더 씁쓸하다. 방역을 위한 여러 노력들이 핑계와 구실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지금이라도 명절의 참 의미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추석은 지난 세월의 흔적이 될 뿐이다.

그런 까닭에 올 추석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명절의 의미를 확인시키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비대면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의 끈을 이어가야 한다.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없다면 분산해서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한다. 당장의 경제적 타격이 워낙 큰 탓도 있겠지만 찾는 이 없는 복지시설·소외이웃은 이웃을 돌아보는 명절의 가치가 퇴색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온통 안갯속이라도 갈 방향만 잃지않는다면 능히 뚫을 수 있다. 올 추석은 그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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