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주제 사업 추진하면서 외래표현 남발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업그레이드, 클러스터, 이벤트, 웰컴데이, 테라피, 콘텐츠'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청주시청 공무원들이 공식 문서에 사용하는 이 같은 표현이 다소 거부감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 예산을 받아 세종대왕과 한글을 주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이들에겐 한글은 그저 국비 확보를 위한 일시적인 수단이자 촌스러운 표현 정도로 인식하는 듯 보인다.

시는 광천수 발원지인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 일원에 165억7천만원을 들인 초정행궁 조성 등 다양한 관광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안질 치료를 위해 초정에 행궁을 짓고 여기서 한글창제를 마무리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어 국비까지 받아냈다.

초정행궁에는 세종대왕을 비롯해 한글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 시설도 운영된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걸작을 가지고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해당 부서의 '한글 감수성'은 그리 좋지 않다.

세종대왕께서도 이를 지켜봤다면 한마디 했을 법할 정도다.

지난 5일 담당 부서에서 낸 한범덕 시장의 '초정 홍보대사 위촉식' 공식 자료를 보더라도 한글 무시 습관은 여실히 드러났다.

'아트 클래스' '원데이' '스타일' 등 굳이 외래어를 쓰지 않고 '작품 수업' '하루' '방식'으로 순화해도 될 단어를 어렵고 이질적으로 표현했다.

순우리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말로 통용된 한자식 표현을 사용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해당 부서는 그동안에도 한글과 세종대왕을 주제로 한 사업에 'APP 스탬프투어' '웰컴데이' '컨설팅' 등 자신들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표현을 자주 사용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유명사나 외래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다른 곳도 아닌 초정행궁 사업을 하는 부서에서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외래 단어를 남발해도 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요즘은 다들 이렇게 쓰고 있다. 딱히 다른 표현을 찾기도 어려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자치단체에서는 우리말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어를 잘하는 직원들에게 인사 가점까지 부여하고 있다.

청주시도 한국실용글쓰기검정, 국어능력인증시험 등의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들에게 '0.5점'의 인사 가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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