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7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 흥덕구 가경천 발산교에서 죽천교 사이 살구나무 157그루를 베어낸(사진 왼쪽) 지방하천정비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김용수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과 복대동 사이를 흐르는 가경천변에 있는 살구나무로 인해 지역이 시끄럽다. 충북도가 지방하천정비사업을 하면서 수령 30여년의 나무들을 베어내자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베어진 살구나무는 모두 157그루라고 한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그것도 도심 한복판이라는 지리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간단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에 대해 대다수 주민들이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있었다지만 주민의견이 빠진 채 추진된 것이다.

서원구 석판리에서 시작돼 흥덕구를 가로지르는 가경천변의 살구나무는 꽤 유명하다. 한 지역 금융기관이 26년전 7㎞ 구간에 걸쳐 3천여그루를 심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살구나무는 우리네 동요 등에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친숙한 나무다. 봄철 벚꽃이 필 무렵 꽃을 피우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반면 초여름에는 다 익어 떨어진 열매가 쌓이면서 심한 악취를 풍겨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가로수로서 논란거리가 되곤 하지만 해결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가로수로서 장단점이 뚜렷하게 갈리지만 30여년 수령의 과실나무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많은 주민들이 오랫동안 휴식의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들 나무의 가치를 보여준다. 하천정비사업을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베어버릴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금 더 신중하게 더 많은 방안을 고민했어야 한다. 한번 나무를 베어버리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주민설명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한다. 사업추진을 위해 그런 과정을 건너 뛴 것이 사업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하천변 풍경을 장식했던 오래된 살구나무를 일순간에 베어낸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이다. 주민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것을 비롯해 사업추진의 눈높이가 잘못됐다.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바라보았다면 섣불리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홍수예방을 위한 하천정비라고 해서 주민들의 시각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업 효율성과 일 처리만을 따지다보니 이리 된 것이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설명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사업 진행에 대한 공무원들의 눈높이를 말해준다.

홍수예방을 위한 하천정비도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주민 뜻과 다른 일이 벌어진다면 결과적으로 주민들을 위한 일이 되지 못한다. 일에만 매이다 보면 자칫 놓치기 쉽기에 보다 넓게, 보다 멀리 보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관공서 등에서 늘 쓰는 표현이지만 위민(爲民) 행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정치도 그렇지만 행정은 늘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을 위한 행정이 가능해진다. 일이 터진 뒤에 들어가는 노력에 비하면 앞서 낮은 자세로 둘러보는 일은 쉽고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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