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장관 학회활동, 정세균 총리 경력 38건 공개
학연·지연 악용… 정책결정·예산배정 등 영향 우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소개된 박능후 장관 프로필 일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소개된 박능후 장관 프로필 일부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중앙부처 홈페이지에 장·차관 프로필이 과다하게 공개돼있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출생지, 출신 고등학교는 기본이고 학회·위원회 활동경력, 심지어 생일까지 공개한 부처도 있다. 특히 연도별로 학력·경력 등을 상세히 소개해 출신학교나 기관·기업, 고시 선·후배 등의 검은 연결고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중앙부처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모사업과 국책사업 추진을 비롯해 각종 계약, 입찰, 인사, 채용 등 정책결정 및 예산배정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만큼 장·차관과의 학연·지연·인맥을 앞세워 줄을 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고위관료에 대한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 정의, 평등' 가치 실현 구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장·차관을 등장시킨 '추석 포스터'로 빈축을 산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에 박능후 장관의 생년월일, '75년 부산고 졸업'부터 학사·석사·박사 등 학력, 경력(4건), 위원회 활동경력(11건), 학회활동(2건), 저서(5건)를 공개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세균 국무총리 약력 일부
국무총리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세균 국무총리 약력 일부

국무총리실은 홈페이지상 정세균 총리 약력 소개난에서 '1950년 전북 진안군 출생', '1969년 전주 신흥고 졸업-75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90년 미국 페퍼다인대 경영학 석사-2004년 경희대 경영학 박사-2014년 전북대 명예박사-2017년 부산대 명예박사' 등 학력이 소개돼있고 주요경력으로 '78년 쌍용그룹 상무이사'부터 '2020년 1월 국무총리'까지 무려 38건이 연도별로 게시돼있다.

행정안전부 진영 장관 소개에도 1950년생, 전북 고창 출생, 1970년 경기고 등의 학력사항을 비롯 1975년 제17회 사법고시 합격 등 주요경력 15건, 수상내역이 소개돼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상 성윤모 장관 프로필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상 성윤모 장관 프로필

보건복지부 외에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도 홈페이지에서 장·차관의 생일까지 알려주고 있다. 교육부와 문체부, 국방부는 생년월일, 대학 이상 학력, 경력을 공개해놨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법무부는 출신고 등 학력, 주요경력을 오픈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대학 이상 학력, 주요경력을 홈피에 게재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차관 프로필 내용은 장·차관과 상의해 결정한다"며 "박능후 장관의 경우 교수활동을 오래하셔서 위원회활동, 학회활동, 저서 등의 사항이 들어가있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보좌진이 작성한 장관 프로필을 받아 반영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 환경부는 대학 이상 학력과 경력만, 국토부는 출생년도와 경력만 공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출생년도, 대학 이상 학력, 경력을, 해양수산부는 대학 이상 학력, 경력, 상훈을 소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직공무원은 "중앙부처와 인맥을 만들려고 학연·지연을 동원해 갖은 노력을 하는데 장·차관의 영향력은 오죽하겠냐"며 "장·차관 프로필은 출생년도, 업무 관련 주요경력만 공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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