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곽명진 농협경주교육원 부원장

올 해 노벨평화상은 국제기구인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수상했다. 코로나19 혼란 속에서도 기아를 퇴치하기 위해 헌신하여 굶주림으로 인한 '식량의 무기화'를 막는데 공헌을 했다고 평가를 받았다.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굶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식량이 혼란에 맞서는 최고의 백신"이라고 말했다. 위기 시대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식량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우리는 먹을 것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식량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내 식량자급률 및 곡물자급률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식량자급률은 45.8%라고 한다. 2009년 56.2%에 비해서 10.4%나 하락했다. 곡물자급률도 21%로 2009년 29.6%에서 8.6%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1천600만 톤 이상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이다.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화와 공업화의 진행에 따라 농업보다는 공업을 중시하게 되면서 농경지가 감소하여 왔다. 인력의 도시 유출로 농촌은 점점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날로 심각해지는 집중호우, 태풍 등 이상기온의 여파로 농작물의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쌀 소비율도 감소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물자이동의 제한으로 세계 각국이 식량의 무기화로 식량전쟁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는 시점이다. 실제 올 봄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몇몇 국가들은 식량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 지구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금 당장 식량 부족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문제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식량 생산국의 수급 불균형, 식량의 무기화, 기후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우리의 식량 문제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1980년 당시에 쌀 생산량의 급감으로 국제 시가의 2.5배에 달하는 가격에 수입할 수밖에 없었던 전례가 있었다. 필리핀이나 이집트처럼 식량위기를 겪으면 식량폭동을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민주화 운동을 지칭하는 '아랍의 봄'도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로 인한 식량부족과 물가폭등에서 비롯됐다.

곽명진 농협경주교육원 부원장
곽명진 농협경주교육원 부원장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매년 10월16일을 '세계 식량의 날'로 정해 시행해오고 있다. '세계 식량의 날'이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농업농촌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이 되어야겠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농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의 농산물의 안정적인 소비확대와 관심으로 농업농촌과 농가들을 보호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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