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되었으나 아들의 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습니다." 추미애 장관의 말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나 '카츄샤의 노래말'처럼 '마음대로 휴가가고 마음대로 복귀한' 아들이 무혐의 처리되자 야당과 언론에 대해 "네가 지은 죄이기에 사과 안 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반격을 하니 천하의 맹장(猛將)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추 장관은 "이 사건은 애초부터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이 성립할 수 없는 일이었고 아들의 병가는 누구나 보장받는 군인의 기본권"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령상 지휘관 승인이 필요한데 중환자실도, 응급실도, 특별히 못 올 사정도 보이지 않으면서 휴가 마지막 날 전화로 연장해 달라는 것을 '군인의 기본권'으로 볼 수 있을까?

지원 장교가 휴가 연장을 구두 승낙하였다는 것이 무혐의의 결정타이다. 만약 구두 승낙이 없었으면 탈영(군형법 제30조 군무이탈)이다. 그럼 군대를 갔다 온 사람 1천 명을 표본 집단으로 하여 몇 개의 질문을 해 보자. ①번, 고관대작의 아들이 휴가 마지막 날 (믿기지 않지만) 아프다면서 휴가 연장을 요청한다. 안 받아 주면 탈영 처리해야 한다. 휴가를 연기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가? ②번, 군기 잡겠다고 연장 안 해주었으나 정말 복귀하지 않는다. 그래도 고관대작인 부모의 전화라도 왔으니 휴가 연장으로 처리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③번, 과거에 탈영으로 처리할 일을 휴가 연장으로 처리하였다. 지금 (현역 근무하는 장교가)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위 질문에 70% 이상은 예(YES)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3가지 질문 중에서 하나만 '예'가 나와도 추 장관 아들은 무혐의이다. 만약 기소를 해도 무죄 확률은 거의 100%이다.

형법상 증명되지 않는 불법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니 위법과 적법을 논할 이유가 없다. 사안이 고차 방정식도 아니다. 단순하게 '만약 평민이었다면' 전제를 넣고 답을 구해 보자. 장교는 일단 (휴가 연장을 위해 진단서 등의 어떤 서류도 제출하지 않은) 아들을 군에 복귀시킨 후 정말 아픈지 확인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프면 병원 또는 휴가를 보냈을 것이다. 이게 평민의 정상적인 절차라는 점에서 이론이 없을 것이고 군인의 기본권에 위반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위법, 적법, 기본권 등 상식을 넘는 말의 잔치가 장관(壯觀)이다.

조선시대 계급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직(職)과 부(富)에 따라 특권이 존재함은 대다수가 인정한다. 그러나 특권 행사를 뛰어넘어 특권 사용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다른 자(장교, 당직사병)를 핍박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이 싫어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께서 특권을 기본권으로 뒤바꾸는 것은 문제다. 장관의 말씀에 따르면 평민들도 전화, 카톡으로 휴가를 연장(휴가를 가는 것도 포함하지 않을까) 할 수 있다. 만약 탈영으로 처리하면 해당 장교는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의 성폭력이냐, 단순 성관계이냐가 문제가 된 안희정 전 도지사의 사례에서 '우월적 지위'에 방점을 찍고 성폭력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평민은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전화 휴가 연장의 배짱에 대해 우월적 지위는 없었고 오히려 기본권이라고 한다. 이런 점을 보면 앞으로도 특권을 행사하고 기본권이라 부르지 않을까 두렵다. 이런 열혈 어머니의 아들을 탈영 처리했다면 그 장교의 앞날은 캄캄했을 것이다. 당직 사병이라도 장관께서는 법무부 장관의 본연의 업무에 복귀하시라고 말씀드려야 할 때인데 공익 제보도 아니고, 이름도 공개될 터이니 어느 누가 겁나서 말 한마디라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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