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동 국원고등학교 수석교사

'팩트 체크'. 요즘 유행하는 키워드다.

백과사전에서는 정확성 확인을 위해 논픽션 문구에서 정보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으로 풀이한다. 누군가가 올린 고수가 되는 길 세 가지를 SNS에서 읽은 적이 있다. 첫째, 팩트 체크를 한다. 둘째, 이유와 근거를 들어 주장한다. 셋째, 빨리 단정 짓지 않는다.

고수가 되는 길에도 으뜸이 팩트 체크다. 담임교사 시절에 가끔 일어나는 도난사고로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훔친 사람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고수가 필요하다. 가장 흔하게 사용한 방법이 단서를 찾기 위해 설문 조사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도난사고가 일어난 시간에 교실 뒷문으로 나오는 사람을 봤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해당 학생에게 훔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그 학생은 그 시간에 개인 용무로 교실에 들어간 적은 있어도 훔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심문은 여기서 끝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사실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밀어붙여 자백하는 경우를 보기는 했지만, 상처로 남는 것이 염려돼 그런 모험은 굳이 선택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 전 처음으로 민원의 대상자가 되고 보니 참으로 난감하다. 민원이란 '주민이 행정 기관에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이다. 학부모가 학교에 '원하는 바'를 요구한 것이다. '원하는 바'가 워낙 주관적이라 때에 따라 난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민원 중에 '수업 중 아들 자랑을 한다'라는 것이 있다. 학생 관점에서 충분히 불쾌할 수 있다. 그런데 명문대 입학을 학교 목표로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자랑할 만한 아들이 없다는 난감함이다. 최근에 '원하는 바'가 있어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일종의 민원이라면 민원이다. 중학교 다니는 아들이 학교 폭력을 당했다. 아이는 그와 관련해 A4 용지 두 장 분량을 적어 건네며 억울함과 속상함을 호소했다. 내용 중 아이가 가장 속상해했던 것은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였다. 학교를 방문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아들의 진술이 사실인가? 둘째, 아들이 학교를 신뢰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코로나19로 여느 때보다 민원이 많은 것 같다. 워낙 삼엄하고 팍팍한 시절이라 '원하는 바'가 많은 것 충분히 공감한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장관이 직접 공중파를 통해 온라인 수업을 일주일에 한 번은 실시간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교사의 전문성 존중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혹여 자괴감으로 인해서 교사들의 사기와 열정을 떨어트리는 것은 아닐지 염두에 두었는지가 궁금하다. '원하는 바'를 행정 기관에 요구하는 것은 주민의 권리이고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은 행정 기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다만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그리고 민원을 요구하거나 처리할 때 관련 법령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성연동 국원고등학교 수석교사

법령의 좋은 예로 '초·중등교육법 20조(교직원의 임무) 4항, 교사는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와 '교육기본법 14조 1항, 학교 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 등을 들 수 있다. 주민이나 행정 기관 모두 민원의 일련의 과정에서 좀 더 냉정하고 품위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야만 민원이 가지는 제 기능이 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에게는 '건의, 대화, 상담' 등과 같이 활용할 수 있는 주옥같은 낱말들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팩트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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