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11월 24일은 보릿고개를 이겨내도록 한 '국민의 은인'인 허문회교수의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선생의 고향에 있는 충주박물관(관장 송재은)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박물관대학에서 4차에 걸친 특강을 마련하였다.

허 교수의 제자인 최해춘 박사(한국쌀연구회 회장), 김광언 인하대 명예교수, 길경택 전 충주박물관장과 필자가 각자 쌀의 기원과 발달, 한국의 농기구, 허문회 교수의 일생, 조동리유적과 농경을 주제로 생전의 업적을 기리고자 한다. 이 행사가 고향을 사랑하고, 쌀을 귀중하게 대하며, 조동리박물관을 사랑한 선생의 일생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허문회 교수는 1927년 1월 충주시 소태출신으로 청주사범학교(1회)와 서울대학교 농학과 졸업 후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한다. 이후 세계 쌀 연구의 총 본산인 UN산하의 국제미작연구소(IRRI, 필리핀 라스 바뇨스 소재)에서 통일벼를 만드는 큰 업적을 세웠다.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시작한 쌀의 기원과 발달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 고양 가와지유적에서 발굴한 볍씨를 보고는 필자에게 "앞으로 곡물을 연구해보라"고 한 당부에 따라 선생을 자주 모시고자 노력했다. 단양 수양개 2지구와 청주 소로리조사로 이어지는 발굴에서 검출된 많은 곡물을 분류하는 연구작업을 무척 즐겼다.

그러한 과정에서 조동리를 만나게 된다. 청주사범 졸업 후 첫 부임지로 동량초등학교에 근무한 선생은 정확히 50년 만에 조동리를 찾아 옛 추억을 되살렸다.

선생은 충북대학교 박물관에서 주관한 조동리 발굴현장에서 학생들과 시민들이 찾아 낸 청동기시대의 곡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분류하며, 이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그 후 새로 짓는 조동리박물관은 조동리에 설립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TV 인터뷰까지 했다. 더 나아가 박물관 전시에 조동리의 내용이 실체없이 진행되었다고 걱정하며, 조동리를 중심으로 한 전시계획을 주장했다. 선생 별세 후 충주시는 조동리유적 출토 곡물과 박물관 건립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선생을 기려 보답하고자 '허문회 기념실'을 만들어 헌정했다.

이융조 / 청주 소로리볍씨기념사업회 상임고문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이를 계기로 전국 어느 박물관에도 없고 조동리박물관에만 있는 곡물실을 복원해 '제2의 허문회' 출현의 기반을 닦는 것도 박물관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또한 여기서 출토된 엄청난 양의 유물과 곡물들에 관한 전체 도록을 만들고, 복원이 고고학적으로 잘 정리되어 방문객들에게 조동리유적의 위상을 올바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하는 길이 헌신적으로 조동리에 봉사한 선생의 큰 뜻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