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형 작은 증거까지 찾아내는 'DNA분석·프로파일링'

이상헌 충북청 과학수사계장. /신동빈
이상헌 충북청 과학수사계장.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제72주년 과학수사의 날을 맞아 희대의 연쇄살인마 이춘재를 옥죈 과학수사 기법이 재조명 받고 있다. 청주 처제살인 사건으로 이춘재가 체포될 당시, 그리고 미제로 남았던 화성연쇄살 인사건 재수사에도 DNA분석, 프로파일링 등 과학수사기법이 중심에 있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는 1994년 청주 처제살인사건 피의자로 붙잡혀 복역 중이다. 경기도와 청주 등에서 10여 차례의 범행을 저지르고도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갔던 그가 덜미를 잡힌 이유는 DNA 때문이다. 이춘재는 체포 직후 범행일체를 부인했지만, 자신의 집 세탁기 받침대 밑과 화장실 헝겊손잡이에서 찾아낸 피해자 DNA는 그가 범인임을 증명했다. 이 사건은 충북경찰 역사상 DNA가 증거로 채택된 첫 사례다.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활동 모습. /충북경찰청 제공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활동 모습. /충북경찰청 제공

이처럼 과학수사는 증거재판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고자 사회적 요구에 따라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경찰수사에서 과학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이유다.

55명의 과학수사요원으로 구성된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충북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 현장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증거까지 찾아내는 이들의 노력은 범인검거로 직결된다.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활동 모습. /충북경찰청 제공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활동 모습. /충북경찰청 제공

이상헌 충북청 과학수사계장은 "우리의 활동이 범인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잡아내면 수사관들은 '짜릿함'을 느낀다"며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찾아내는 요원들의 감각은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유형의 증거 뿐 만 아니라 무형의 증거를 잡아내는 것도 과학수사계의 몫이다. 충북경찰은 지난 8월부터 전국 최초로 '법심리팀'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범죄분석요원 2명과 진술분석요원 1명으로 구성된 법심리팀은 물적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진범을 가려낸다. 이들의 진술분석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활동 모습. /충북경찰청 제공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활동 모습. /충북경찰청 제공

특히 충북청 범죄분석요원은 이춘재·고유정 사건에 투입돼 사건 연관성 및 진술 신빙성 평가, 범행동기 파악을 진행하는 등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계장은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올해 하반기 현장인력 6명을 증원해 권역별로 과학수사요원들이 근무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전문검시관 9명을 충원, 더욱 세밀한 검시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제되지 않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과학수사요원들의 심리적 피로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본청 단위에서 마음동행센터나 심리상담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요원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72주년 과학수사의 날을 통해 요원들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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