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매년 이맘때면 내년의 이슈와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각광받는다. 그중 하나가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종합 차트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는 'COWBOY HERO'다. 날뛰는 소를 마침내 길들이는 멋진 카우보이처럼 팬데믹 위기를 헤쳐나가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특히 '브이노믹스(V-NOMICS)'에 주목했다. 바이러스(Virus)의 첫 알파벳에서 비롯된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경제'를 뜻한다.

10대 키워드 중 B는 '거침없이 피보팅(Best we pivot)'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피보팅은 '축을 옮긴다'는 의미의 스포츠 용어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이면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의 저자인 에릭 리스(Eric Ries)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창업가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품?전략?성장엔진에 대한 새롭고 근본적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경로를 구조적으로 수정하는 방향 전환'이라고 정의된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현 경제 상황처럼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실험정신에 기반한 상시적 혁신, 피보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원격수업과 온라인 거래 확산이 놀랄 만큼 빠르게 이뤄졌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최소 10년은 걸렸을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는 '앞으로 10년간 모든 비즈니스의 경제적 성과는 디지털 전환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디지털 전환이 국가?지역?산업?기업의 생사를 가를 핵심 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각국의 경쟁적 투자로 인해 디지털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었던 사회적?구조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접근성에서 차이가 나는 디지털 격차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문제도 그중 하나다.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는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를 통해 지방소멸 위험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228개 시군구 기준 소멸위험 지역이 '19년 5월 93개(40.8%)에서 '20년 4월 105개(46.1%)로 12곳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수치는 각 연도 5월 기준으로 '17~'18년 기간 동안 4곳, '18~'19년 기간 동안 4곳이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가파른 상승세다.

국가통계포털의 인구이동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년 3~4월 수도권 순유입 인구가 2만7500명으로 전년 동기 1만280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 별로는 수도권 유입인구 3/4 이상(75.7%)을 20대가 차지했다. 일자리 질의 공간적 불평등과 비수도권 청년의 수도권 인구 유출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안으로서 4차 산업혁명과 접목된 '스마트 지역 공동체'와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특별법'이 제안됐다.

정부의 지역균형 뉴딜사업과 관련해 시?도별 특색을 반영한 사업이 선택·추진될 수 있도록 공모가 아닌 1조 원 규모의 '포괄사업비'를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모 방식은 지방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각 지자체 간 과잉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차별화된 지역의 가치 창출을 위한 과감한 접근이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위기로 인해 위기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더 부각된다'고 말한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피보팅에서는 '얼마나 바꾸느냐'보다 '무엇을 축으로 의지해 바꾸느냐'가 관건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살리기가 기본 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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