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오은정 충주금릉초 수석교사

"선생님 몇 살이세요?", "하우 올드 알유?", "음~, 삼십오 살?", "영어로 해야지. 썰티파이브.", "야 아니야. 선생님 그것보다 더 젊으셔.",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요즘 'Lesson 11. How old are you?' 단원을 공부하고 있는 데,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몰려와서 수줍게 툭 툭 내뱉는 말이다. 질문도 저희끼리 하고 대답도 저희끼리 하면서 깔깔거린다. 참 좋다.

코로나 19로 인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학급 규모인 우리 학교는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실시했다. 학년별 1주일에 1일씩 등교하고 나머지 4일은 온라인상에서 수업이 진행됐는 데, e-학습터에 영상을 올려주는 형태의 수업방식을 채택해 실시했다. 3학년 영어과 수업을 지원하는 나의 경우도 온라인으로 1단원~10단원을 수업했으니 참 긴 시간이 흘렀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3학년은 공교육에서 처음으로 영어를 접하게 되는 중요한 때이다. 무엇보다 영어의 기초가 되는 알파벳 읽고 쓰기와 소리를 정확히 알고 진급해야 하는데, 이 때를 놓치면 다시 복습할 기회가 좀처럼 없으며 이것은 상급 학교까지 이어져 알파벳도 잘 모르는 중고등학생들이 생기게 된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있는 초등 3학년 아이들에게 가장 권장할만한 영어과 학습 방법은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반복 연습을 하는 것이다.

결국 대면 수업을 통해 한 명씩 관찰하고 꼼꼼히 피드백해주며 학습 동기를 북돋아가며 반복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이다.

2015교육과정에서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관계형성능력,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 혼자가 아닌 공동체 속에서 길러지는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서 이러한 역량들을 배워 바른 인성을 지닌 창의적 인재로 성장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일을 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주를 이뤘으나 역시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대면으로 학교에서 이뤄져야 그 효과가 극대화한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 상황을 경험하면서 더욱 실감하게 됐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을 마주하고 소통하며 공부할 수 있음에 기쁘고, 감사하다.

오은정 충주금릉초 수석교사
오은정 충주금릉초 수석교사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4차 산업혁명으로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교사라는 직업과 학교라는 공간이 계속 존재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설이 공공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그러한 예상은 빗나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학교는 공동체의 삶에 필요한 지식과 태도를 함께 배우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쿵쾅거리는 아이들의 발소리와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수다가 참 반가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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