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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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바람결에 새도 날아올라 찬란한 태양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가을은 우리에게 많은 기억을 선물한다. 어린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길모퉁이에서 붉게 물든 감나무 몇 그루를 만나면 어김없이 즐거웠다. 사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풍경은 없지만, 감나무를 보면 왠지 훈훈함 속에 더 이성적인 저녁이 온다는 걸 예감한다. 나뭇잎이 물들고 바람에 흔들릴 때 시간이 치열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감잎과 감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달빛과 어우러져 은은히 흐를 땐 잡았던 나무의 손목을 슬며시 놓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저 가지의 끝 거긴, 속까지 붉은 모습이리라'고 떠올리며 계절의 변화를 맞이한다. 우리도 걷다 보면 곧 '뛸 수 있겠지'라며 위로도 해본다.

얼마 전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낮아져 외출할 때만 해도 감사했었는데, 경고의 시간이 더 늘어나니 사람들마다 한계점에 이르는 것 같다. 마스크하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산을 오르는 일은 육체적 고통을 적잖게 감수해야 할 일이 됐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견디어야 할까?

병원, 식당, 예식장, 공원, 등산로, 학교 등 각종 시설과 교육 장소가 위험하다며 뉴스로 이어진다. 사람들 간의 거리 유지, 손 씻기, 열 체크 방역환경에 맞추어 지키는 일이 문명사회에 진입하기 위한 삶의 목표처럼 돼 가고 있다.

'네가 있을 땐 진정 몰랐었지. 희고 검은 마스크를 찾고 나서야 비로소 너의 소중함이 느껴졌어. 입과 코, 그리고 눈과 귀, 손발이 너에게 집중되어 있어. 맑은 공기 따라 우리의 발은 늘 그렇게 동동거리지.'

친구들과 대화 중에 나오는 화젯거리다. 그러잖아도 경쟁 사회에 부끄러운 인간 행동으로 자연생태계가 한계선을 넘은지 오래다. 마구 동물 거주지를 빼앗아 바이러스 전파로 인한 마스크 착용은 더이상 사람들의 이상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예전보다 하늘과 별과 나무가 잘 보여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람들의 일시적 관계 단절은 쌍방향 실시간 접속을 가속화 해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 새로운 삶의 소통방식이 됐다. 외연을 넓혀 사람과 정보의 질적, 양적 교류를 가능케 하고 불편하게 여겼던 문화에 오히려 익숙해져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사회적 시선으로 학생들의 학교 대면 수업 또한 힘들게 느껴지거나 원격학습의 실효성과 편리성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지만 또 다른 학습의 방식을 찾게 한다. 사실, 대면보다 더 인간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소통방식이 있을까. 미셸 보바는 온갖 유혹과 위험이 따르는 혼돈 시대 아이들에게 키워줘야 할 능력으로 '도덕지능'을 강조한다. 옳고 그름, 충동을 조절하는 자제력, 남을 배려하는 존중심 등 인격과 사회성 기본이 되는 덕목은 그 어느 때 보다 가정과 학교 교육에서 필요하다고 하겠다. 공감력, 분별력, 자제력, 존중, 친절, 관용, 공정함 등 우리가 최근 방송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갈등, 문제해결 키워드를 상당 부분 개인들 손에 쥐어준 셈이다.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미셀 보바는 '양육 솔루션'에서 어른들의 태도를 헬리곱터형, 인큐베이터, 안전편집증, 임시변통형, 부차적 양육형태로 지적한 바 있다. 학생들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다. 학습과 생활은 목표 달성과정에서 다소 느려도 적절한 성취감과 행복감을 맛보아야 향상되는 특성이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건강한 개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희망과 용기, 지혜의 꽃으로 인식하면 어떨까. 바야흐로 막바지 단풍 계절이다. 알베르 까뮈는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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