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민인숙 옥산초 수석교사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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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관심사는 건강한 먹거리로 만든 맛있는 요리다. 식당에서나 먹을법한 갖가지 요리의 조리법과 레시피를 유튜버들이 서로 앞다퉈 올리면 그걸 따라서 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쩌다 내가 한 음식이 제법 먹을만한 요리가 됐다고 느껴질 때는 첫술을 뜨며 보여줄 식객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즐거운 상차림을 하게 된다.

"엄마 이거 엄청 맛있어.", "엄만 어떻게 이렇게 뚝딱 맛있게 해?" 육아로 지친 일상에 그저 누군가가 해준 음식이라면 죄다 맛있을 딸의 말이다.

"장모님 이런 거 태어나서 첨 먹어봐요.", "음~ 맛있어요."

간을 봐달라고 내민 음식을 받아먹은 사위랑 며느리의 반응이다. 모두 하얀 거짓말의 천재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진실이 아닐지라도 다음엔 더 맛있게 해주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가끔 맛있다고 한 음식을 연거푸 만들다가 "엄마 이제 그만"하며 딸에게 귀여운 타박을 받는 부작용이 있기도 하지만.

며칠 전 절친이랑 오랜만에 맛집에서 만났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집이라 그런지 종업원들이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일을 하는데 유독 한 분이 표정이 없고 힘이 들어 보였다.

그가 우리 쪽으로 다가와 주문을 받으러 왔을 때 "이모 제가 저기 문밖에 서서 이 집 맛없다고 소문내줄까요? 우리 이모 안 힘들게요". 뜬금없는 친구의 말에 당황스레 돌아서 가는 종업원의 얼굴에 실낱같은 미소가 보였다. 속내를 모르는 사람은 실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안다. 그 친구가 왜 그랬는지. 그 이모는 바쁜 와중에도 뭐 더 필요한 거 없냐며 물어주기도 했고, 덕분에 좋아하는 호박죽을 한 그릇 더 얻어먹고 왔다. 그 친구랑 어딜 가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 종종 생긴다. 계산된 것이 아닌 몸에 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나는 왜 그 친굴 만나면 매번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그에게는 남이 못 보는 것을 볼 줄 아는 안목과 남의 일이라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오지랖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진심을 표현할 줄 아는 탁월한 지혜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긍정과 칭찬의 아이콘이다. 그의 밝은 에너지가 주변을 환하게 물들인다. '톰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나는 멋진 칭찬을 들으면 그것만으로도 두 달을 살 수 있다"라고 했다. 나의 지인은 '만보걷기'를 달성하고 나면 보내주는 핸드폰의 칭찬메세지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 말을 꼭 들어야만 잘하나?", "칭찬을 기대하는 행동이 진정성이 있을까?".

여러 가지 견해에 대해 반박할 만큼 해박하진 못하다. 그러나 살아온 만큼의 경험치로만 보더라도 사랑의 언어는 표현할 때 비로소 작동하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생명의 메시지가 된다.

귀찮아서 대충 사 먹고, 솜씨가 모자라 외식을 즐기던 내가 오늘도 누군가의 레시피를 들여다보고 식재료 앞에서 서성이는 건 내 자식들이 보내준 엄지 척, '하얀 거짓말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현재 내 모습의 많은 부분이 누군가가 보내준 수많은 칭찬과 응원의 메시지로 인한 결과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핸드폰이랑 칭찬 연습 중이다. 날씨가 궁금해 핸드폰에게 물어본 다음 "오늘 날씨 알려줘서 고마워"라고 했더니 "고맙단 날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죠. 고마워요"라고 핸드폰이 바로 대답한다.

민인숙 청주 옥산초등학교 수석교사
민인숙  옥산초 수석교사

궁금한 사람은 한번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곧 알록달록 단풍잎이 다 지고 나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 더욱 을씨년스러워질 계절이다. 움츠러든 가슴 따뜻하게 덥혀줄 칭찬 한 사발 선물해줄 사람, 거기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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