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날씨생활] 박광석 기상청장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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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속담에 '가을 안개가 끼면 풍년든다'라는 말이 있다. 대체로 가을 아침에 안개가 끼는 날은 날씨가 좋아서 이러한 속담이 전해 내려왔다. 일반적으로 안개는 보통 구름이 없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 잘 발생한다. 구름이 없으니 낮에 햇볕이 쨍쨍해 곡식이 잘 여물고, 바람이 불지 않으니 낱알이 떨어질 걱정도 없다. 따라서 예로부터 이와 같은 속담이 생긴 것이다. 반면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률은 비나 눈과 같은 다른 기상환경에 비해 월등히 높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조사한 5년치 통계자료에 따르면 기상 상태에 따른 교통사고에서 0.3%의 비중을 차지하는 안개 관련 사고의 치사율은 4.47%에 달한다. 비(2.05%), 눈(1.46%)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영종대교에서 안개로 인해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는 그 위험성을 극명하게 말해준다. 안개는 관련 교통사고 발생 횟수 자체는 적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위험한 기상현상인 것이다.

안개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물방울로 인해 가시거리가 1㎞ 미만으로 제한되는 현상이다. 물방울들의 크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반사해 우리 눈에 뿌옇게 보인다. 안개가 '하얀 암흑'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안개 속에서 주행하는 운전자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기 힘든 상황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 작은 상황 변화에도 판단력을 잃고 급제동해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2006년 서해대교에서 짙은 안개로 인해 차량이 29중으로 충돌한 사고를 들 수 있다. 안개가 짙은 상황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발생한 사고이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안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특히 내륙지역은 안개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급격한 일교차로 인해 안개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발생하는 안개의 대부분 새벽에 지면과 함께 공기가 냉각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습윤한 공기가 차갑게 식은 지면으로 이동하여 발생하는 '이류안개', 강, 호수 그리고 저수지 등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만들어지는 '증발안개' 등이 있다.

이러한 도로교통을 위협하는 안개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안개 정보를 확인해 대처할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2018년부터 '상세 안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세 안개 정보' 서비스는 안개가 예상되는 지역의 안개 지속시간 및 가시거리, 다발구간을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사전에 활용한다면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강이나 호수 주변은 상습 안개 지역일 수 있으므로, 운행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만약 안개 속을 주행하게 된다면, 앞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속도를 더 내지 않고, 평소 주행 속도의 50%로 운전하며, 노란색 전조등을 사용하여 최대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방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창문을 열고 소리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에 기상청이 제공하는 상세 안개 정보 서비스를 활용하고, 안개 발생시 도로에서 주의해 안전운행한다면 안개가 짙은 날에도 안개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안개 정보를 습득하고 대비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운전길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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