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한 법령·인허가 문제, 사전컨설팅으로 해결"

충북도에서 '사전 컨설팅 감사'를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감사관실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임양기 감사관, 김성식 컨설팅감사 팀장, 손창민·조현진 주무관. / 김용수
충북도에서 '사전 컨설팅 감사'를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감사관실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임양기 감사관, 김성식 컨설팅감사 팀장, 손창민·조현진 주무관. / 김용수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오송 바이오폴리스지구(오송 2단지)를 한국산업단지 공단에서 시행했는데 약 150필지의 상가 및 주택용지 주차장 폭(1~7㎝)이 부족하게 시공돼 건축허가 및 준공을 받을 수 없게 돼 분양 받은 사람들이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자청, 한국국토정보공사, 청주시청, 흥덕구청 등을 방문해 건의했으나 해결방안이 없었습니다. 우연히 감사컨설팅제도가 있다는 걸 알고서 도청 감사관실에 상담하고 컨설팅 요구를 했는데 잘 해결해 주셨습니다."

A씨는 오송 2단지 내 단독주택용지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부설주차장 차로넓이가 기준보다 1~7㎝ 미달하며 승인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충북도는 사전컨설팅을 통해 '주차장 진출입고 확보를 위한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차량의 진출입에 장애물이 없는 경우 차량 이동공간 확보가 가능하므로 부설주차장 승인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통해 민원을 해결해 줬다.

답답함에 마음을 졸이던 A씨는 충북도에 사전컨설팅감사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의 글'을 보내왔다.

공직사회에서 '감사'라고 하면 흔히 잘못된 일을 처벌하는 것만을 떠올리게 된다.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업 진행 후 잘잘못을 가려 처벌에 중점을 뒀던 감사제도에서, 사업 진행 전 미리 잘못될 수 있는 점을 알려주고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등 감사의 패러다임이 '사전컨설팅감사'로 바뀌고 있다.

충북도에서 '사전 컨설팅 감사'를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감사관실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김용수
충북도에서 '사전 컨설팅 감사'를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감사관실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 김용수

"'사전 컨설팅감사'는 공무원 등이 법령의 불명확한 유권해석, 법령과 현실의 괴리 등으로 능동적 업무추진을 못하는 경우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사전에 그 업무의 적법성, 타당성을 검토해 컨설팅 하는 제도입니다."

제도 및 규정이 불명확하거나 선례가 없어 적극 행정을 주저하는 공직자의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김성석 충북도 컨설팅감사팀장의 말이다.

충북은 지난 2015년 4월 '충북도 적극행정 지원을 위한 사전컨설팅감사 규정'을 훈령으로 제정했다.

제도는 만들었지만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던 충북도는 지난 2019년 1월 임양기 감사관이 임용되고 나서부터 사전컨설팅감사를 본 궤도에 올려놓게 됐다.

충북도에서 '사전 컨설팅 감사'를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감사관실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양기 감사관, 김성식 컨설팅감사 팀장, 손창민·조현진 주무관. / 김용수
충북도에서 '사전 컨설팅 감사'를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감사관실 직원들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양기 감사관, 김성식 컨설팅감사 팀장, 손창민·조현진 주무관. / 김용수

지난해 해 2월 도는 3개 분야(인허가, 공사·용역, 일반민원) 사전컨설팅 TF팀을 구성·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2019년 감사 처리가 103건으로 전년도 29건보다 대폭 증가했다.

현장·찾아가는 컨설팅 감사 13건, 자체 판단이 모호한 7건은 감사원과 중앙부처에 의뢰,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두며 충북도는 2019년 사전컨설팅감사 운영 최우수기관에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2019년 사전컨설팅감사에 방점을 찍은 충북도는 지난 1월 전담팀인 컨설팅감사팀(김성식 팀장, 손창민·조현지 주무관)을 신설해 적극적으로 업무 추진에 나서고 있다.

올 10월 현재 사전컨설팅 감사는 132건이 접수돼 131건이 처리되는 등 처리 건수로 지난해 10월 대비 142% 증가했다.

적극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인 사전컨설팅은 올 국정감사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남구을)은 "컨설팅 사례는 우리 공직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른 지자체에서 이 컨설팅 과정을 참조하면 공무원들한테 상당히 도움이 되고 민원인이나 지역에도 상당히 발전적 도움이 될 거 같다. 적극행정을 좀 더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시종 충북지사는 "감사관실을 통해서 적극행정 컨설팅을 아주 많이 하고 있다"며 "그래서 웬만한 민원 같은 것은 (사전컨설팅으로)거의 다 해결하고 있다. 아주 유용하게 저희들은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양기 감사관은 "관계 부서 간 법령해석 및 적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업무처리 지연 등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며 "이런 경우 행정의 방향을 제시해 행정을 효율적으로 이끄는 동시에 직원들이 행정처리 및 감사 부담 없이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임양기 감사관

지난 2011년 개방형 직위로 전환된 이후 첫 외부인사로 발탁된 임양기 감사관.

임 감사관은 행정안전부 조사담당관실, 자체감사팀장, 기술감사팀장 등을 지내는 등 감사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임 감사관으로부터 사전컨설팅감사의 효과 및 앞으로 감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임양기 충북도 감사관이 '사전 컨설팅 감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임양기 충북도 감사관이 '사전 컨설팅 감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사전컨설팅감사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 그동안 공직자들이 감사를 의식해 복잡한 사안이나 규정 등이 불확실한 경우 규제혁신 등 업무를 소극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전컨설팅감사를 통해 공직자들이 감사 걱정 없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적극행정을 지원하고 도민에게는 인허가 등 규제와 관련된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등 그 동안 일선부서(기관)에서 감수해야 했던 업무 부담 및 우려 등을 감사부서가 함께 부담하게 됨에 따라 공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소신 있게 업무를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사전 컨설팅감사에 대한 호응이 좋은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를 받는 수감기관 분위기는.


- 아직은 사전컨설팅감사 제도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지만, 지속적인 홍보 및 교육, 다양한 우수사례 공유 등을 통해 매년 컨설팅 신청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공직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선기관에서 장기 미처리 인허가 사항과 기업 애로사항, 대규모 사업, 건축 인허가 등에 대한 사전컨설팅감사 신청 및 상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사전컨설팅감사가 어려운 문제 해결 및 적극행정 추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컨설팅을 받은 부서나 공무원들이 직접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반응은 좋은 것으로 보이고 있다.


 

사전 컨설팅감사가 감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감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있다면.

임양기 충북도 감사관이 '사전 컨설팅 감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임양기 충북도 감사관이 '사전 컨설팅 감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 공직자가 법령의 해석·적용 또는 사업추진과정에서 판단하기 어렵거나 감사를 의식해 적극적 업무처리를 하지 못하는 문제를 사전에 지원해 사후 지적위주의 감사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적 감사, 문제해결형 감사로 감사의 방향이 변화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공직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우리 감사부서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줌으로서 공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 규제관련 도민 불편 및 기업 애로 사항 등을 발굴·해결해 도민들이 신뢰·공감할 수 있는 좋은 감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공무원들이 소극행정을 하게 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위법행위 발생 시 감사해 적발·처벌하는 현 사후감사체제로 보여 진다. 그래서 사전컨설팅감사로 적극행정을 유도하고 있으나, 더 나아가서는 감사관련 법령으로 사전감사를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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