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 전경 /중부매일DB
청주시 전경 /중부매일DB

청주시가 1년 넘게 공을 들인 특례시 지정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 특례인정 범위를 '인구 100만 이상'으로 정해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비슷한 입장의 전국 도시들과 함께 주장해온 '인구 50만 이상 기준'이 빠져 닭 쫓던 개 신세가 돼 버렸다. 따라서 행정조직과 재정권한 등 특례시 지정에 따른 광역시급 혜택 역시 멀어졌다. 그나마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균형발전, 지방소멸위기를 고려해 포함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을 다행으로 봐야 한다.

수요와 규모에 맞는 행정서비스,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분권이 청주시가 특례시 지정에 나서면서 내놓은 이유다. 광역중심의 국가불균형 정책에 대응하고 행정구역 통합 논의 대비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충북도의 위상과 규모가 커지고, 다른 시·군에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취지라면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었다. 행정수요과 지역거점으로서의 역할 등을 감안할 때 지정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왔다. 실제 이같은 방향의 개정안이 힘을 얻어 지정만 남은 듯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걸림돌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곧바로 권한이 줄어들게 된 충북도와 세수감소가 예상되는 시·군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권한 조정 등의 일로 주변의 지지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거꾸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더구나 '인구 50만 기준'이 수도권 기초지자체간 논란을 야기하면서 여론도 악화됐다. 혜택을 받는 입장에서야 좋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에는 상대적 박탈감과 현실적 불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에 청주시가 가장 큰 갈등요인인 재정특례를 포기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공무원 노조까지 나서 당위성을 주장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때는 늦었다. '밥그릇 뺏기'라는 지적이 나돌 정도로 청주 특례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이미 퍼져버렸다. 도내 다른 시·군과 소통·협력해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추가 입장은 청주시의 잘못을 스스로 밝힌 것과 다르지 않다. 특례시 지정에 따른 혜택만을 바라봤을 뿐 주어질 권한을 어떻게 나누고, 함께 풀어나갈 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얘기다.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은 그에 따른 부담도 동시에 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이지만 청주 특례시의 여지는 남아 있다. 실질적 행정수요가 충분하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소멸 극복 차원에서 검토해 볼만 하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전한 걸림돌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주변 지자체의 동조와 지지가 없다면 설령 특례시가 돼도 반쪽일 뿐이다. 상생의 길을 모색하지 않고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특례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섣부르게 챙기려다가 짐만 더 무거워진 청주시로서는 나눔의 지혜를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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