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

겨울의 초입인 지난 11월부터 코로나19의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강화됐다. 여전히 방역과 안전이 중요한 작금의 상황이다. 무엇보다 많은 인원이 운집하는 모임, 행사는 더욱 조심스럽다. 그런데도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역시 심리적 안정감이다. 이 마음의 행복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문화다.

지친 국민들에게 여가 생활은 문화적 위로이고, 큰 선물이다. 마침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3밀(밀접·밀집·밀폐)을 차단하고 개방된 야외 환경에서 사람을 분산시키면서 생활 속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B2C형 미래기술과 콘텐츠의 장으로 새로운 방식의 축제가 열렸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부터 기획한 실감형 ICT 페스티벌로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의정부 도심에서 열린 '퓨처쇼 2020'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 속에서 방문객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동하며 전시를 관람하고 안전하게 콘텐츠를 체험하는 워킹스루(Walking-thru) 방식이다.

'디지털 산책' 콘셉트로 의정부의 시내 중심부에서 거리를 거닐며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를 소재로 첨단 미래기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올해 처음 열렸다. 야외축제로는 국내 최초로 열린 사례로 경기도가 미래기술과 콘텐츠, 여가 활동과 결합하여 궁극적으로는 문화경제를 통해 연관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페스티벌로 국내 최초의 실감콘텐츠산업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축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온·오프라인 라이브 커머스 마켓부터 일상에서 평범하게 마주치던 의정부역사가 실감형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의정부역을 바라보게 한 미디어파사드, '디지털 사이니지', 'AR 콘서트', 'AR 버스정류장', '테크&아트 이동전시관'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일상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지친 국민을 문화로 위로하는 것은 물론 골목 상권의 활성화와 침체한 산업 회복을 위한 공공데이터를 확보했다. 공공이익을 위한 참가자의 관심 품목이나 구매 상품의 거래 정보부터 이동 경로, 체류 시간 등 빅데이터를 수집, 시장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퓨처쇼 2020에서 선보인 다양한 미래기술과 콘텐츠 표현기법에서 백미는 서울세계불꽃축제의 주최사 ㈜한화가 참여한 미디어파사드였다. 코로나19의 위기는 대규모 불꽃축제의 연출도 새로운 기법으로 진화시키는 기회를 만들었다. 의정부역사 미디어파사드는 올해 코로나19로 서울과 부산, 충남 등 전국에서 모두 취소되었던 불꽃축제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실감형 ICT 퍼포먼스로 처음 선보였다.

'미래를 연결하다(Connect the future)'를 주제로 한화가 문화예술 스타트업 등 크리에이터와 함께 의정부에서 처음 선보인 'K-불꽃 미디어파사드'다. 동시대 사람과 정신을 위대한 미래의 빛으로 발현하는 스토리를 3D 프로젝션맵핑 기법으로 연출했다. 특히 피날레 장면에 폭죽이 하늘에 터지는 '불꽃 시뮬레이터' 입체영상에 실제 불꽃이 터질 때의 소리인 폭음. 그 실황 음원을 라이팅쇼와 융복합하여 실감 나게 표현했다. 마치 불꽃축제가 연출되는 듯한 한 편의 쇼로 펼쳐졌다.

실제 불꽃쇼는 아니지만, 불꽃의 희열을 빛과 소리의 영상예술인 미디어아트로 승화해, 작품이 된 이채로운 풍광으로 특별한 감동을 관람객에게 전했다. 하늘에 수놓아진 불꽃 장면은 우리의 눈과 귀로 전해져 감흥이 된다. 열정과 희망을 샘솟게 하는 마음 방역이자 문화 백신이다. 인간의 심리를 치유하는 힘이 콘텐츠임을 절감하게 했다. K-파이어웍스라는 신한류 확산을 위한 또 하나의 대한민국 ICT 기술력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미래기술을 언론과 인터넷에서 많이 접해왔다. 하지만 일상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즉 이용해볼 수 있는 기회는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

생활 속 미래기술과 콘텐츠의 디지털 산책으로 만난 퓨처쇼 2020은 친서민 생활공감형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사람과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실감'이라는 단어처럼 실감콘텐츠는 몸에 와닿아야 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문화산업은 실질적이어야 한다. 산업과 생활에 직결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물결로 경기도가 그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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