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흥태 충북대 식물의학과 교수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답답하고 피곤한 일상은 우리로 하여금 자유로움을 펼치던 지난 시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문득 2018년 2월 열렸던 평창동계 올림픽 생각이 났다. 우리가 언제 동계 스포츠의 강국이 되었나 감탄하고 흥분했었다. 여러 감동적인 장면들 중에 하나가 1천개가 넘는 드론을 띄워 선보였던 개막식의 드론쇼였다. 놀라움을 넘어서 황홀했다.

드론은 요즘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드론이란 조종사가 비행체에 탑승하지 않고 지상에서 원격조정기나 사전 프로그램된 경로에 의해 자동 또는 반자동 형식으로 비행하는 무인항공기다.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자체 환경 판단에 따라 자율비행이 가능하다.

드론이라는 이름은 비행 시 모터에서 나는 소리가 마치 벌이 날아다닐 때 윙윙거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드론(Drone)'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알려졌다. 처음엔 군사용 무인항공기로 개발되었으나, 카메라, 센서, 통신시스템 등을 탑재하면서 군사, 건설, 물류·운송, 소방·안전, 환경 관측, 농업 및 공공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드론의 다양한 활용 분야 중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유망한 분야로 보는 분야가 농업이다. 앞으로 상업용 드론의 80% 정도를 농업 분야에서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만큼 농업분야에서 드론의 활용성에 대한 기대는 크다.

최근 드론만큼이나 자주 접하는 단어가 스마트 농업이다. 스마트 농업이란 정보통신 기술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종자의 육종에서부터 생산, 수확과 유통·소비 분야까지 일원화된 농업의 가치 밸트에 스마트한 시설과 장비, 빅 데이터와 센서 기술 등을 도입해 농업을 첨단 산업화하고자 하는 농업을 말한다. 드론 기술 역시 스마트 농업을 구성하는 여러 기술 중 하나이다.

특히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드론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병해충 방제를 위한 농약 살포 작업, 종자의 파종 등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농작업에 활용되고 있다.

드론을 사용할 경우, 산간 지역이나 경사 지역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접근성이 어려운 지역에 농약을 살포하는 것이 용이해질 수 있다. 넓은 골프장의 제초 작업을 위해서 제초제를 살포할 경우에도 드론을 이용한다.

골프장 전체적으로 잡초의 생장을 조사한 후 잡초가 자란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제초제를 살포할 수 있다. 처리하는 농약의 양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미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병해충 방제 작업을 위한 드론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역도 늘고 있다. 문제는 현장의 요구를 선도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결과의 제공과 발전 방향에 대한 방향 설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연구해 얻은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는 순차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현장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신속하고 집중적인 연구 못지않게 충분한 과학적 검토 후 현장 적용이 필요하다.

드론 기술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4차산업 혁명을 이끄는 기술 중의 하나이다. 4차산업 시대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 사물, 공간을 연결하고 디지털, 물리학, 생물학 등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기술이 융합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드론만을 놓고 보면 하나의 무인항공기에 지나지 않지만, 여기에 다양한 기기가 장착되고,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면서 농업에서 드론의 사용이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 예상하기조차 어렵다.

드론을 이용해 농약을 살포하는 단순한 작업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드론의 기계적인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 농약을 살포하는 노즐을 연구하는 분야, 분사된 농약 용액의 비산과 관련된 유체역학 분야와 같은 공학과 물리학뿐만 아니라, 식물 병원균, 해충, 잡초, 농약의 생물 활성, 농약의 잔류 및 분석을 담당하는 식물의학과 농약학과 같은 학문도 필요하다.

결국 4차산업의 특징인 다양한 분야의 융합만이 해답일 것 같다. 이제는 국내 농업 분야에서 드론을 연구하는 여러 연구진의 결과를 모으고, 발전의 방향을 결정하며, 현장에 적용하는 시스템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서 작업의 표준화와 필요하다면 새로운 법의 제정도 논의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흥태 충북대 식물의학과 교수
김흥태 충북대 식물의학과 교수

드론은 우리 농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임에 틀림없다. 이런 기술이 농업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없었으면 한다. 순리를 무시한 기술의 적용과 행정적인 지원의 결과가 농업인들에게 부담이 되어선 곤란하다.

4차산업 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답게 이제는 우리의 기술을 융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드론의 무한한 가능성은 우리 농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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