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매일 김홍민 기자〕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된 것을 두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저희 당은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 되지 못하고 분열했다"고 반성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의 모습에 대해서도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恐懼修省, 하늘을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반성함)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낀다"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이날 반성문은 보수정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언급하는 '대리사과'의 성격보다는 탄핵 이후로도 혁신이 부족했다는 자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새로운 보수정당으로서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사과를 계기로 그동안 발목을 잡아온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주홍글씨처럼 남은 '적폐 정당'의 꼬리표를 떼어내면서 넉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의 혁신 노력을 바탕으로 중도층을 끌어안아 낙승을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전화통화에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당을 이끌고 있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적절한 사과였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당은 내년 재보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