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내년 예산 155억 삭감에 시민단체 반발
경실련 "'불당동 제일주의'가 부른 정파적 횡포"
심의 과정서 "춤추고 술판" 시의원 발언도 논란

천안흥타령춤축제2018 거리댄스퍼레이드. /천안시 제공
천안흥타령춤축제2018 거리댄스퍼레이드. /천안시 제공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천안시의회가 2021년 예산안 중 흥타령춤축제 및 문화예술분야 예산 155억원을 삭감한 가운데 시민사회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른바 불당동 제일주의가 천안흥타령춤축제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천안시의회(의장 황천순)는 지난 18일 속개된 제23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천안시가 상정한 2조2천600억원의 예산안 중 흥타령춤축제 사업비 등 155억원을 삭감해 의결했다. 의결에 앞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흥타령춤축제'와 '천안시 문화센터 건립 용지(건물) 매입' 예산 등을 살린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표결에서 부결됐다. 표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16석)과 국민의힘(9석) 의석수와 같은 반대 16표와 찬성 9표다.

이번 예산 삭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본영 전 천안시장이 추진했던 흥타령춤축제 불당동 개최가 국민의힘 소속 박상돈 시장에 의해 삼거리공원으로 복귀되면서 발생한 정파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연합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천안흥타령춤축제 개최 장소가 우리 동네(불당동)가 아니란 이유로 예산 전액을 삭감한 시의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지역 축제는 지역 관광객 유치를 촉진하는 매력과 자산적 가치가 있어야 하며 축제가 갖는 전통과 문화, 역사적 의미와 생활의 특징을 담고 있는 지역(발상지)이 축제의 중심 장소가 돼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흥타령춤축제는 삼거리 공원에서 실시되어야 마땅하고 그런데 장소를 불당동으로 이전하라는 주장은 상식을 떠난 이기주의적이며 정파적인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의 과정에서 나온 모 시의원의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춤추고 술판을 벌여야 하나"라는 발언도 경실련은 문제 삼았다. 경실련은 "성무용 시장부터 구본영 시장까지 대대적으로 실시한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춤추고 술판을 벌인 것에 불과하단 말인가.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모두 춤추고 술판을 벌이는 일에만 동참한 것인가. 만약 춤 추고 술판을 벌인 것이라면 어떻게 과거에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전국 최우수 축제로 인정받을 수 있었는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것은 맞는 말이나 그 말은 내년 말까지 코로나 19가 잡히지 않고 진행된다는 전제이며,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내년 예산은 정상적으로 세워놓고 추진의 합리성을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안이다"고 주장했다.

천안문학관 및 서예관을 염원하는 범 예술인 대책위원회도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대책위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예술인들의 창작발표 등 필수적인 분야를 소모성 경비로 판단하고,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거듭난 천안 문화의 상징 흥타령춤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폭거로 기록된다"고 규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NS상에는 천안흥타령춤축제의 개최 장소를 삼거리공원으로 할 것인지, 불당동으로 할 것인지를 묻는 내용도 올라와 천안시의회의 결정에 따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불편함을 느끼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A의원은 "천안삼거리공원 명품화 사업이 진행되면 공사 관계로 내년에는 대안의 장소가 불당동일 될게 빤한데 굳이 복지문화위원회에서 예산을 삭감할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분명한건 이번 예산 삭감이 당론으로 결정된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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