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여행]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뉴욕 맨해튼의 메트라이프 빌딩 / wikimedia
뉴욕 맨해튼의 메트라이프 빌딩 / wikimedia

영화 아이언 맨을 보면 어벤저스의 수장인 토니 스타크가 소유한 스타크 빌딩이 뉴욕 맨해튼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뒤편에 우뚝 서 있다. 마블에서 스타크 빌딩을 그곳에 둔 이유는 경제와 문화의 도시 뉴욕 맨해튼의 가장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관문의 역할을 하는 지점으로 뉴욕을 대표하는 권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소위 내가 뉴욕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걸 과시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스타크 빌딩이 있는 자리에는 현재 어떤 건축물이 서 있을까? 바로 메트라이프 빌딩이다. 이곳은 아이언 맨 뿐만아니라 종종 영화의 배경이 되는 단골 건축물이다. 메트라이프 빌딩은 과거에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사 팬 아메리카에서 사용했는데, 무엇보다 이 건축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은 바우하우스를 이끌어 나가던 발터 그로피우스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치의 압박으로 바우하우스가 붕괴되어 그가 유일하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길은 미국행이었다. 미국에 들어와 하버드 대학에서 디자인 대학원장을 맡으며, 건축과 디자인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되었고, TAC(The Architects Collaborative, 건축가 연합)을 만들면서, 그는 '건축은 끝이 없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신고전주의 건축으로 뒤덮고 있었던 하버드 대학교의 고정에 현대식 건축을 짓기도 한다. 그러면서 함께 진행했던 건축 프로젝트가 메트라이프 빌딩이었다.

건축 전체를 유리 커튼월로 만들어진 지상 59층, 높이 246미터의 팔각형으로 생긴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마천루 빌딩이었다. 이는 이탈리아의 피렐리 타워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오피스 빌딩으로 유명세를 날렸다. 이 빌딩의 첫 주인은 미국 항공사 팬 아메리카(Pan America World Airways), 줄여 팬암(Pan Am)으로 불렀다.

팬암은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로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승승장구한 거대한 회사였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군사 물자를 나르면서 크게 성장하게 되었던 팬암의 항공기는 전쟁이 끝나고 대한민국을 비롯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우리 흔히 아는 보잉707, 보잉747도 이곳에서 만들어진 비행기이다.

그러다가 시장독점을 하고 있던 팬암은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크게 타격을 받아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의 상징과도 같았던 팬암은 1988년에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되어 공중폭파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팬암의 이미지는 급격히 추락하고 만다. 결국 1930년대에 시작해 아무도 건들지 못할 것만 같았던 거대 항공사는 1991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81년에 팬암은 자신의 빌딩을 생명보험사인 메트라이프에 매각했었지만, 1991년까지 팬암 본사는 팬암 빌딩 안에 있었기에 그때까지 건물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던 팬암 로고를 떼지 않고 있다가 팬암이 완전히 문을 닫은 날에 메트라이프 로고가 빌딩 이마에 크게 걸렸다. 메트라이프도 2005년에 건물을 매각했지만, 이 건물은 메트라이프 빌딩이라는 고유명사가 되어 로고를 현재에도 떼어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 보잘 것 없는 거대한 매스가 큰 도로를 막아서고 있는 모습이 흉측하다고 하여 여전히 욕을 먹고 있는 건물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사건과 이야기가 켜켜이 건물에 쌓여 이젠 뉴욕 중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건축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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