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 IEM국제학교 수련생들이 강원 홍천군의 한 교회에서 생활치료센터로 가는 버스를 타고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전 IEM국제학교 수련생들이 강원 홍천군의 한 교회에서 생활치료센터로 가는 버스를 타고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와 1년 넘게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 방역체계에 또 한번 구멍이 뚫렸다. 이번에는 종교관련 비인가 교육시설이다. 앞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종교시설을 통해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도 방역의 엄중함이 여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현재 드러난 것만 따져봐도 나라 전체가 코로나19에 휘둘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방역지침은 찾아 볼 수 없고 상황대처는 무지를 넘어 경악할만 하다. 이같은 실상이 이제라도 확인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공동 생활을 했던 이들의 80% 이상이 감염됐다면 이곳에서의 방역수칙은 아무 소용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밀집·밀폐·밀접의 3밀 조건이 다 갖춰졌음은 종교관련 비인가 교육시설이라는 설명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한 방에 많게는 20명 넘게 생활했다면, 식당에 칸막이도 없고 여러 시설을 함께 사용했다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환경이다. 방역지침이 아니더라도 호흡기 감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이런 시국에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아무런 조치없이 집단생활을 시작했다는 점도 상식밖이다.

방역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이같은 여건은 곧바로 감염 상황으로 이어진다. 집단감염 사태가 외부로 드러난 경북 포항은 물론 광주시, 경기도, 강원도 등에서의 집단 감염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충북 충주 사례처럼 이곳을 경유한 감염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곳도 잇따를 전망이다. 게다가 이곳 교육시설 운영 선교단체의 산하 시설이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어 현재로서는 확산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이 학교가 위치한 대전 주변지역도 편의점과 PC방 등을 중심으로 전파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종교관련 비인가 교육시설의 확산 위험성은 이번 사례의 미숙한 대응에서도 확인된다. 신앙을 바탕으로 한 비인가 시설이라서 운영이 폐쇄적인데다가 지도·관리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다보니 적절한 조치는 기대할 수 없다. 첫 유증상자 발생 열흘이 넘도록 방치한 것은 방역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부족했음을 말해준다. 이런 처지지만 학교도, 학원도 아니라서 제도권의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전국적으로 300여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시설이 모두 같은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비인가 교육시설 방역 방치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앞서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 사례때 이미 예고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 교육시설을 떠나 같은 역할을 했다면 유사 기관의 위험성을 미리 감지했어야 한다. 당국의 관리 밖에 있는 집단합숙시설이라면 진작 점검이 진행됐어야 한다. 더 나아가 종교시설들의 방역점검을 위한 별도의 지침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 있었던 유행의 정점에는 항상 종교시설이 있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종교일지라도 방역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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