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응체계 강화 불구 공권력 없는 행정기관 조사 한계
가해 의심자 협박 등 위협 상존… "경찰조사 일원화 검토돼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의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의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연합뉴스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정인이 사건'이 최근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해마다 아동학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선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 '제2의 정인이'를 막겠다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인력과 교육시간을 두 배로 늘리기로 하는 등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내놨다.

또 가해자로부터 분리된 피해아동을 보호할 쉼터도 추가로 신설키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도 일선 자치단체 분위기는 마뜩찮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 2018년 473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으며 2019년 606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579건으로 다소 줄어들었으며 올 1월 18일 현재 25건이 접수됐다.

청주시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은 모두 7명이다.

지난해 공무원 1명당 82.7건을 처리한 셈이다.

현장에서 가해 의심자에게 협박을 당하기 일쑤로 위험을 감안해 2인 1조로 조사를 나가다 보니 실제 담당하는 사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매뉴얼상 1건당 3~5일 안에 학대 여부를 판단,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전담 공무원들은 주중 근무시간에 나가 조사하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야간근무까지 해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아동학대 한 담당공무원은 "주중은 물론 주말, 밤낮 구분 없이 신고가 접수되면 언제든 현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인력부족도 문제지만 사법권이 없는 상태서 현장조사를 하면 위험한 일도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아동학대 대응의 공공책임성 강화 방침에 따라 법이 개정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하던 것을 지난해 10월1일 부터 전국 기초단체로 이관됐다.

이에 이들 담당할 각 지자체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평균 아동학대 신고 건수 50건당 1명씩 권고했지만 지방공무원 정원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70건당 1명씩을 두도록 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인력을 늘리면 다소 숨통이 트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현장조사, 아동의 분리 조치, 사후관리까지 과중한 업무는 물론 공권력이 없는 행정기관으로서 현장조사에서 한계에 직면하곤 한다.

이에 따라 현장조사의 경우 공권력이 있는 경찰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조사체계가 일원화돼야 한다"며 "현장에서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보다 공권력이 있는 경찰에서 조사를 하고 사후관리 등은 행정기관·아동보호기관 등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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