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오는 12일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설'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대표적인 두 가지 학설에 대해서만 밝혀 본다.

첫 번 째는 "설다, 낯설다"의 '설'에서 나왔다는 학설로 처음 시작하는 날인 '낯설은 날' '설은 날'이 줄어서 '설날'이 되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섧다(삼가다의 고어- 愼)"의 '설'에서 비롯되었다는 학설인데 그래서 설날을 한문으로는 신일(愼日)이라고 한다. 이는 낯설고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으니 몸과 마음을 바짝 죄어 조심하고 가다듬어 새해를 시작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여하튼 두 학설의 공통점은 '설날'은 낯선 날이며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니 조심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역사적인 증거에 의해 설날의 유래를 살펴보면 '설날'은 백제 땅에서 맨 처음 시작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백제 고이왕(서기 261년)때부터 정월에 천지신명에게 제사를 지내고 설맞이 행사를 하였다는 기록이 보이며 신라는 그 보다 한참 늦은 651년에 기록이 나오는데 정월 초하루 아침에 왕이 조원전에 나와 백관의 축하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의 설날 풍습에 흰 떡국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여기에도 우리 조상들이 생각했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가 '설날'에 먹는 떡국은 지난해 안 좋았던 모든 일을 잊고 백지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고로 조선시대에도 왕실이나 양반가는 물론 서민들까지도 똑같이 흰 가래떡을 먹었다.

흰 가래떡을 길게 뽑는 이유는 가래떡처럼 길게 장수하라는 의미가 숨겨져 있으며, 가래떡을 둥글게 썰어 떡국을 하는 이유는 옛날의 화폐(엽전)가 둥글기에 돈이 많이 들어와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단다.

이런 깊은 의미가 있는 설 명절도 우리 민족은 엄청 어렵게 되찾았다.

조선시대까지 잘 지내던 설을 일제는 개화를 명분으로 양력 1월 1일, 자기네 나라의 설을 우리나라 공식 설로 만든 것이다.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는 우리의 고유 명절을 잃어 버렸던 것이다. 해방이 되고도 우리는 바로 우리의 명절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하루를 놀게 하다가, 80년대 민주화의 바람이 성공하고 자랑스러운 '88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1989년 정부에서 공식 '설'로 3일간의 공휴일로 정한 것이다.

그 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얼마나 흐믓하고 행복하였는지 모른다. 이러한 우여곡절로 되찾은 우리 민족의 명절이 '설'이고 이런 설날을 우리는 의미 있고 보람 있는 날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몹쓸 놈의 코로나 19이다.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것이 벌써 햇수로는 삼년 째. 우리나라에 처음 발생한 것이 지난해 1월 20일이니 만으로도 꼬박 1년이 지나고도 한참을 지났다.

코로나로 온 지구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그래도 새해와 설날은 돌아온다. 올해는 신축년(辛丑年)이다.

신축년(辛丑年)의 '신(辛)은 매울 신이지만 오방색으로 표현하면 흰색이다. 그래서 올해를 '흰소의 해'라고 하며 흰소는 상서로움을 뜻한다.

올해는 제발 이런 상서로운 기운으로 인하여 코로나가 물러가고 우리의 일상을 되찾기를 바란다.

방송 매체에서 나온 이야기 인데 우리가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노래인 까치설날을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내년이래요"라고 패러디해서 프랑카드를 붙였는데 재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나 개인적으로는 씁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

일 년 한번 찾아오는 명절에 가족이 같이 만나지 못함이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 일인가?

아직까지는 코로나를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은 2.5단계 우리 지역 비수도권은 2.0 단계이고,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발휘되고 있는 상황으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지는 못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설날을 최대의 명절로 알고 일제의 탄압 하에서도 우리 설을 쇤 민족이다.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같이 있지는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같이 있고, 부모에 효도하는 마음 웃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 믿고, 매사를 조심하여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는데 힘을 모아야겠다.

내년 설에는 동네 마을마다 애기들의 웃음이 넘쳐나고 골목길에서는 진짜 설날 노래가 울려 퍼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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