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여행]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무라찰로 섬의 실험건축 별장 코에타로 / 건축의 탄생에서
무라찰로 섬의 실험건축 별장 코에타로 / 건축의 탄생에서

북유럽의 조용한 나라 핀란드 출신 건축가인 알바알토의 건축은 그의 나라인 핀란드를 닮아 차분하다. 파이미오 결핵 요양원(Paimio Sanatorium, 파이미오, 핀란드, 1933)이나 비푸리 도서관(Viipuru Library, 러시아, 1927~1935), 빌라 마이레아(Villa Mairea, 노르마르쿠, 핀란드, 1937~1939)등 그가 지은 많은 건축에서 그의 성격이 여실히 보인다.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반듯한 모더니즘 뒤에 전혀 그렇지 않은 건축이 있다. 그가 지은 여름별장은 기괴하게 생기기 그지없었다. 벽은 온갖 형태의 벽돌이 여기저기 난잡하게 붙어있고, 창은 통일된 것도 없이 여기저기 들쭉날쭉 나 있는 데다가, 집의 형태도 그리 반듯하지 않고 길쭉하고 꺾어져 보기에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알바알토는 이런 건축물을 도대체 왜 만들었던 걸까? 그것도 편안한 휴가를 즐기기 위해 만든 여름별장에 말이다.

알바알토는 자신을 모더니즘 국제주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걸 싫어했다. 그는 모더니즘 건축과 더불어 핀란드 고유의 색을 입혀 자신만의 건축을 하길 원했다. 그만큼 알바알토는 핀란드의 자연을 사랑했기에 따뜻한 느낌의 벽돌과 나무를 건축 소재로 주로 사용했다.

그는 이 별장을 짓기 전 가구 디자이너인 자신의 아내와 함께 무려 800장이라는 엄청나게 많은 도면을 만들어내며 친구의 집인 빌라 마이레아(Villa Mairea, 노르마르쿠, 핀란드, 1937~1939)를 설계했다. 알토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건축관을 정립해 나갔다. 알토는 빌라 마이레아를 다 짓고나서도 여기서 그의 건축 실험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무라찰로 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에 그곳에 자신의 여름 별장을 짓기로 결심한다. 별장을 지으면서 건축실험을 아무리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기에 그보다 좋은 건축실험 장소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름별장의 이름을 핀란드어로 실험이라는 뜻의 '코에', '집이라는 의미의 '타로'를 붙여 '코에타로'라고 불렀다.

그는 코에타로를 지으면서 가장 먼저 기둥을 일정하게 두지 않았다. 마음껏 자유롭게 기둥을 배열해서 좀 더 자유로운 집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독특하게 'ㄱ'자 형태로 만들어 거실과 식당을 만들고, 살짝 떨어진 곳에 핀란드인이라면 없어서는 안 될 사우나실을 만들었다. 그는 코에타로의 안마당을 거실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불은 집이라는 곳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안마당 중앙에 화덕을 만들어 거실의 개념을 확장했다. 코에타로의 가장 독특한 외형은 뭐니 뭐니 해도 외부 벽체이다. 온갖 종로의 벽돌을 여기저기 쌓아 올려 약간 기괴한 장면을 연출한다.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그것은 알토의 벽돌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지을 건축에 보다 적합한 벽돌을 선택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희생해 실험한 것이다. 알토는 자신의 실험주택인 코에타로를 다 만들고 나서 조금 이상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시 당국에 코에타로는 별장이 아니라 건축 실험을 하는 곳이라고 우겨댔던 것이다. 공무원들은 그 말을 그대로 듣지 않았고, 알토에게 법에 따라 모두가 공평해야만 하지 않느냐고 혼만 났다. 개인 별장에 대한 핀란드 법은 엄격했다. 그래서 알토는 시 당국에 많은 세금을 물어낼 수밖에 없었다.

코에타로는 굉장히 난잡한 건축으로 보이지만, 수많은 건축실험으로 알바알토를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건축가로 만들어 준 건축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건축물임이 틀림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