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영의 디지털 컨버전스(20)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밟아야 한다고 하지만 소프트웨어(S/W)사업자들은 사업 수주를 위해 제안서를 작성하다가 기력이 모두 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안서 비용이 총 사업비의 20%를 초과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사업 수주를 하지 못할 경우에 제안서를 돌려주는 경우도 거의 없어 제안서에 들어 있는 지식(知識)까지 송두리째 빼앗기는 경우도 많다.

공공기관을 비롯한 S/W사업 발주처의 대부분은 사업 발주 시 제안요구서(RFP)에 사업 관련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상당한 분량의 제안서를 요구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제안서라고 해도 사업 수주를 위해 울면서 겨자를 먹는 심정으로 제안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제안서를 작성하는 전문기관에 의뢰(아웃소싱)하는 경우도 많다.

가끔 창의적인 제안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안서는 선정되는 제안서를 제외한 모든 제안서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모두 빼앗기는 꼴이 된다. 제안을 받은 기관은 아이디어 공모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되며, 공식적인 지식 수탈을 감행하게 된다.

우리 지역의 S/W사업자들도 제안서 쓰느라 밤샜다는 말이 인사가 될 정도로 제안서를 많이 쓴다. 그나마 제안서를 많이 쓰는 것이 계약 건수와 비례하기 때문에 뒤로 밑지는 장사라고 해도 제안서를 써야 한다. 짧게는 3일 정도부터 길게는 10여일까지 2~3명의 직원이 모여서 제안서를 쓴다. 비용을 따져보면 인건비, 시간, 제작비용 등 트랜잭션 비용이 엄청나다. 또한 발주기관의 횡포 또는 어설픈 정책에 걸려들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고비용의 인건비, 시간을 투자해서 작성한 제안서가 제출하기 몇 일전에 가이드라인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심적, 물적 고통을 헤아리기가 힘들다.

방법은 없는가. 결론은 간단하다. 우선, 정식 제안을 받기 전에 1차 심의를 위한 약식 제안을 받는다. 약식 제안에 통과된 사업자들만 정식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식 제안자들 모두에게 제안비용을 지불한다. 따라서 사업비 책정 시 제안서비용, 사업비용, 감리비용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제안서가 창의적 지식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채택되지 않은 제안은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S/W사업을 발주하는 기관의 책임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대체적으로 발주 공고 후 중간에 제안 요구 내용이 바뀌는 경우는 사업 발주의 투명성에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면 된다. 이러한 경우 발주처의 책임자는 발주 내용의 변경 사실에 대한 현실적인 점검이 필요하며 그로인한 제안자의 손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특허청에서 지난 13일, 지식재산권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을 발표하였다. 지식재산권 가이드라인에 제안서 내용의 창의성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충북SW협회장(청주대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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