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산 김치 파동을 겪으면서 배추 값이 폭등하고 있다. 배추 값이 오르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중국산 김치를 사 먹던 소비자들이, 가족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너도 나도 김치를 담가 먹다 보니 배추 값이 오르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원한다. 이제는 아무리 값이 싼 농산물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결코 시장에 발을 붙이기 어렵다. 중국산 김치 파동을 보면서 나는 우리 농산물의 가치와 우리 농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 우리 농업인들도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 때문에 우리 농업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저가의 중국 김치에 밀려 더 이상 우리 땅에서 배추가 생산되지 않았다면, 김치와 밥을 주로 먹는 우리 식탁은 지금의 배추 가격 폭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혼란에 직면했을 것이다. 한국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 주는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바로 우리 농업이 가지고 있는 힘이며, 우리 농업의 진정한 가치는 아닐까?

그러나 우리 농업의 가치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역할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농업은 농업이 가지는 본연의 기능인 농산물 생산 기능이외에도 환경 및 생태계 보전, 농촌 경관 유지, 식량 안보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으로서의 가치가 연간 28조 3천억원에 달한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8조원이라는 금액은 2003년 기준 농업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앞으로도 우리 농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양적인 비중은 다소 감소하겠지만,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우리 농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의 현실과 그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 우리 농업.농촌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어린이들이 우리 농업과 농촌을 배우는 방법은 학교에서의 농업교양교육이다. 그러나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과 학교 내에 설치돼 있는 실험 도구나 체험 학습장만으로는 완전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농업관련단체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농촌 방문을 통해 직접 체험하는 교육이야말로 어린이들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될 것이다. / 정준호 농협청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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