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여행]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미호미술관. / 건축의 탄생에서
미호미술관. / 건축의 탄생에서

진나라 태원 때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무릉에 살고 있던 한 어부가 여느 때와 다를 것없이 강에서 배를 띄우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따라 평소보다 멀리 강에서 떠내려갔다. 주위를 보니 복숭아 나무가 하나 둘씩 보였고, 복숭아 꽃 향기가 어부의 코를 자극했다. 어부는 복숭아 꽃 향기에 끌려 배에서 내려 복숭아 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복숭아 꽃이 여기저기에서 마구 흩날리니 주변이 향기로 가득했다.

어부는 호기심에 숲 속으로 한참을 걸어서 들어가다보니 숲의 끝에 다다랐다. 그곳은 강과 산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어부는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니 산자락 어디선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부는 어느 동굴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어부는 좁은 동굴 끝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가 본 것은 넓고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바깥 세상과 다를 것은 없었다. 닭이 울고,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여느 마을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어부에게 다가오자 그는 그의 신분을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그들은 아주 오래 전, 진나라 때 난을 피해 이곳에 숨어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그들은 어부에게 며칠동안 술과 푸짐한 음식을 대접했다.

어부가 집으로 돌아가려하자, 마을 사람들은 어부에게 이 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바깥 사람에게 절대 말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어부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마을의 태수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태수는 어부와 사람을 보내 그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그곳을 그리워하다가 결국 죽었고, 이후에 사람들은 그곳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중국에서 전해내려오는 도연명의 '도화원기'이다.

일본에서 섬유사업으로 크게 번창한 도요의 상속녀 미호코 코야마는 도화원기를 바탕으로 중국은행타워를 지은 이오밍 페이에게 자신의 미술관을 짓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야말로 독특한 제안이었다. 미술관의 명칭은 그녀의 이름을 따 미호미술관으로 정했다. 미술관의 위치는 숲이 많은 교토의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도화원기를 풀어나가기에 아주 적당했다.

페이는 미호미술관으로 이동하는 과정 모두를 도화원기의 그것과 같게 했다.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김홍철 '건축의 탄생' 저자

첫째, 미술관의 관람객을 맞이 하는 리셉션을 만들어 이야기는 시작된다. 둘째, 미술관을 들어가기 전 어부가 맞이했던 동굴을 그대로 재현해 터널을 만들었고, 셋째, 터널 끝에서 미호미술관의 아름다운 광경을 맞이 할 수 있게 했다. 넷째, 터널 밖으로 나오게 되면 관람객이 전시관 앞 출렁다리를 설치해 극적인 체험 요소를 마련했다. 다섯째, 미술관은 바깥 세상과는 다른 장소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또한 미술관은 전체의 95%를 반지하로 지어 자연을 최대한 보존했고, 현대적인 알루미늄과 유리를 사용해 전통적인 건축형태로 건축했다.

페이는 그렇게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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