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경영 수필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괴리는 영원한 평행선이다. 뒷모습은 형님이고 앞모습은 순둥순둥 착함이 가득 들어있는 결이 고운 청년. 얼굴 보고 눈을 마주보면 때 묻지 않은 순수가 그대로 들어있다. 큰 키에 덩치가 산 만한 녀석의 뒷모습은 마치 거인 골리앗이 걸어가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오해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맑은 영혼을 가진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숲 속 자연의 공기를 마신 듯 정화된 마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와글와글 퉁탕퉁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소년들과 지내는 하루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휙 지나간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분분한 땀 냄새 가득한 교실은 그들의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기에는 너무 갑갑하고 좁은 공간이다. 유리창이 깨지는 정도는 다반사고 혹여 자기들끼리 싸움이라도 나면 분을 이기지 못해 교실 문을 주먹으로 퍽! 하고 치면 뻥? 하고 구멍이 날 정도의 사고는 일상이다.

유난히 학교에 오기 싫어하는 학생이 있었다. 여동생과 같이 등교 해 분명히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 하고 갔다는 데 학생은 자리에 없다. 언제 집으로 갔는지 또 다시 아들 손을 붙잡고 어머니가 학교에 오시는 일이 종종 있었다. 며칠은 학교에 잘 나오다가 또 집으로 가는 학교 부적응학생으로 학교를 싫어하는 것 말고는 친구들에게 절대 해코지 하지 않는 착하고 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다. 어머니와 같이 등교하고 교실 밖에서 노심초사 아들이 잘 있나 살피시는 간절한 자식 사랑은 눈물겨웠다. 공부 잘하기를 바란다거나 친구들 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어머니의 바람은 제발 학교 출석만이라도 잘하라는 것이다. 기술을 가르쳐 조그만 빵집이라도 차려주면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실업계 고등학교를 보내 아들의 미래를 준비하였다.

오월 어느 날. 그 제자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선생님 함께 점심 식사하고 싶어요."녀석이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고 해 어머니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고등학교에서도 역시 학교생활은 마찬가지로 졸업장 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단다. 결국은 어머니가 공부해서 자격증를 취득해 아들의 미래를 준비 하고 계셨다. 아들과 함께 등교하는 눈물고개 고생고개 힘들었던 기억은 저만치 가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아들을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모성은 참으로 위대했다. 정성을 가득담은 소담하고 예쁜 꽃바구니를 내게 전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식당 사장님은"옛 제자와 어머니가 전해주는 감사가 너무 멋지네요."감탄사를 연발했다. 스승의 날이면 잊지 않고 안부인사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일상의 소식을 전하는 듬직한 제자. 얼마 전에는 차를 샀다고 선생님과 드라이브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녀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 졸지에 그의 가족 모두를 만나게 되었다. 오랜 만에 뵙게 된 어머니께서는 너무나 반가워하시며" 오늘 처음 들고 나온 제가 뜨개질 한 가방인데 이걸 선생님께 드리고 싶네요." 뜻하지 않게 정성스런 손길과 사랑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는 핸드메이드 가방을 선물로 받았다.

이경영 수필가<br>
이경영 수필가

학교라는 제도적인 울타리 속에 있는 걸 그렇게 힘겨워했던 아들을 키우는동안 그 어려운 시간을 어찌 견디어냈을까."드디어 우리 아들이 학교를 졸업 했어요. "졸업장을 들고 큰 소리로 외치는 데 눈물이 났다는 감격스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픈 손가락인 아들에 대한 애틋한 사랑으로 그 많은 봄날을 힘든 줄 모르게 젊음을 보낸 훈이 어머니. 눈물겨운 위대한 모성이 오늘 이 사회에서 제 몫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밝고 건강한 순수 청년을 만들었다. 그것은 비 오고 눈 내리고 거친 파도가 와도 묵묵히 품고 담아낸 어머니의 넓고 깊은 가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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