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이시종의, 이시종에 의한, 이시종을 위한' 충북형 자치경찰제가 돛을 세우고 출항준비에 분주하다. 3선 도지사 관록에 밀린 충북경찰 수장은 며칠 전 맞은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3월 초 성공적인 자치경찰제를 만들자며 주먹을 맞댔던 이시종 충북지사와 임용환 충북경찰청장은 20여일 만에 등을 돌렸다. 발단은 충북도의 '경찰패싱'이다. 입법예고도 제멋대로, 조례안 수정도 제멋대로 하는 도의 행태에 쌓이고 쌓였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가 기관 간 약속을 깨면서까지 반쪽짜리 조례안의 입법예고를 강행한 원인으로는 이시종 지사가 지목된다.

도 자치경찰TF팀은 협상 과정에서 "지사께서 꼼꼼하게 세세하게 보고 계신다, 지사님이 다 보셔야 된다, 지사님 승인·허가가 나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사의 의중을 알아서 살피는 충직한 공직자의 모습이었다. 다만 머릿속에 충북도민은 없어보였다.

충성심과 달리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자치경찰제를 오랫동안 고민한 경찰의 논리를 이겨낼 만한 명분이 없었다. 협상은 제자리를 맴돌았고, 50여일 동안 지사 입맛에 맞는 조례안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협상 파트너인 충북경찰 몰래 입법예고를 하고 조례안을 뜯어고치는 촌극을 벌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충북경찰 수뇌부의 항의방문을 시작으로 경찰내부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충북경찰위원회 사무기구로의 파견이 예정된 경찰들도 열이 받긴 마찬가지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현행 일원화 모델의 자치경찰제는 충북자치경찰위원회가 운영한다. 실무업무를 맡는 사무기구에는 경찰 15~20명이 파견된다. 도 직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것이다. 원만한 관계가 사무기구 업무추진의 동력이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지금은 뒤통수 맞은 충북경찰과 지사에게 충성하는 도청 공무원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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