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내 미세먼지 농도 '나쁨' 상태인 대기질(왼쪽)과 청명한 날의 대기질 비교. / 중부매일DB

전국의 하늘이 잿빛이 되면서 또 다시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계절적인 영향의 황사와 중국발 오염물질로 인해 우리나라의 봄철 하늘이 뿌옇게 변한지도 수십년째다. 겨울철 대기오염에 이어 일년의 절반 가량을 숨 쉬는 걱정을 하면서 살고 있는 처지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중국발 오염물질 유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모처럼 맞았던 청정하늘이 그립기만 하다. 이처럼 대기상태가 심각함에도 정부의 대응은 손을 놓고 있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하늘이 알아서 오염물질들을 씻어주기만 기다릴 뿐이다.

며칠째 황사와 미세먼지로 뒤덮인 지금의 대기상황은 올들어 최악이다. 더구나 지난해 쾌청했던 봄날씨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그런 만큼 마음놓고 숨 쉬어본 적이 언제인지 깨끗한 공기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9일 황사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 3대 대기특보가 동시에 발령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날 초미세먼지는 '매우나쁨'의 2배, 미세먼지는 4~5배에 이를 정도로 오염상태가 심각했다. 30일 다소 나아졌던 대기상황은 2~3일간 다시 악화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번 황사는 중국 내몽골고원 등에서 발원해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유입된 것이다. 봄철에 국한됐던 예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가을, 겨울에도 발생하곤 한다. 2000년대 들어 횟수가 늘어나고 농도도 세졌다. 우리나라 민간단체 등이 나서서 사막화 방지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되레 상황이 나빠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정도면 속수무책이라 할 만하다.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3국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미세먼지 문제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발생 상황을 확인하는 정도인데 그나마도 믿음이 떨어진다.

중국쪽 자료들이 현실과 차이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공동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나간다면 대기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보고된 자료만으로도 국내 유입량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쪽의 자발적인 노력만을 바라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외교적 노력도, 의지도 아직 보여준 게 없다. 지금까지는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달라져야할 앞날도 기대 난망(難望)이다. 우리정부의 대중(對中) 저자세 때문이다.

40~50년전에 비해 3~4배나 늘어난 황사는 중국 동북부 산업지대의 대기오염물질까지 들여온다. 지금의 황사는 '흙비'를 말하는 그 황사(黃砂)가 아닌 것이다. 이제는 오염물질 덩어리나 다름없다. 야외활동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창문 틈새로 집안에 들어올 수 있어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 일상이 되고 있다. 반복되는 대기오염에도 하늘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한심할 정도다. 언제쯤이나 국민들이 믿고 기대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올런지 뿌연 시야보다도 더 갑갑한 앞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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