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부동산 투기의혹이 지역을 비롯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지도 20여일이 됐지만 상황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공직자 본인은 물론 가족, 선출직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공직자 재산등록을 9급까지 확대하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대책들을 쏟아내는 형국인데 문제는 겉핥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등록, 조사를 강화해도 허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실질적 효과를 보장할 조치가 아쉬워 보이는 까닭이다.

지자체 등 기관에 따라 이번 사안을 대하는 태도는 천차만별이다. 시작이 빨랐던 충북도는 투기의심 행위가 드러난 산단 3곳의 개발업무 관련 직원과 개발공사 임직원·가족 등에 대한 1단계 조사를 마쳤다. 다음 단계로 전직원과 직계존비속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는데 무려 2만명이나 된다. 충북도의회도 전격적으로 동참을 선언했다. 시·군에서는 진천과 옥천이 의회를 포함해 전수조사를, 충주·음성은 부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부서로 한정했던 청주시는 확대 요구가 거세지자 전직원으로 범위를 넓혔다.

충북내에서도 이들을 제외한 지역과 기관은 조용하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청주시의회는 계속 미적거리다 등떠밀린 꼴이 됐다. 이처럼 시작부터 체면까지 잃는 경우도 있지만 성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엄청난 조사 규모로 인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차명과 제한된 조사지역 등의 허점은 우려를 낳게 한다. 아직 초기단계여서 경찰내사도 이렇다할 진척은 없지만 수사범위는 계속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금으로서는 앞으로 기관에서 넘길 자체조사 결과도 기대에 못미칠 것 같다.

충청권중에서도 충남과 세종의 상황은 제각각이다. 사업부서 전·현 근무자 본인과 직계가족까지 조사하려던 충남도는 직원 반발을 우려해 형제자매 등 직계비속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사범위도 최근 7년간 15개 사업지로 한정했지만 경찰수사는 이와 다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애초 국가산단예정지가 주목을 받았던 세종시는 전 행복도시건설청장에 이어 시의원이 수사대상에 오르는 등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국가산단지정 철회, 공무원 특별공급 전면재검토 등의 주장이 제기돼 시 전역이 들썩거리고 있다.

충청권의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상황은 한마디로 혼란 그 자체다. 핵심을 건드리지 못하는 조사로는 방법이 없다. 공직자 위법행위에 대한 공소시효야 세금 등 다른 처벌이 있다고 해도 차명 및 형제 등에 대한 조사는 속수무책이다. 산단개발지보다 주변 지역에 투기가 집중되는 마당에 지금의 조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기관별 엇박자는 조사의 신뢰를 잃게하고, 개발과 관련된 논란은 국가정책을 불신하게 만든다. 외부전문가 투입 등 조사 수준을 높이지 않고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을 피하지 못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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