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예고없이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수 있다. 이런 일들은 특성상 느닷없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령 예고가 됐다고 해도 이에대한 대처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살림에 여유가 있다면 재해를 피하거나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힘겹기는 하겠지만 감당하지 못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벅찬 취약계층으로서는 기본적인 것조차 막막할 따름이다. 일상적인 삶도 만만치 않은데 예상밖의 짐까지 짊어지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런 까닭에 같은 재해를 당해도 취약계층의 피해가 더 크고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여름철 집중호우와 가을 태풍 때도 그랬다. 게다가 취약계층의 상당수는 재해에 취약한 곳에 거주한다. 여유가 없으니 안전까지 챙기지 못해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만큼 자연재해 발생시 최소한의 안전망이 되어줄 풍수해보험이 꼭 필요하다. 풍수해 보험은 태풍·홍수·호우는 물론 강풍과 대설, 지진, 풍랑 등의 재해를 대상으로 한다. 가입자로서는 날벼락의 피해를 줄일 피뢰침인 셈이다.

하지만 먹고살기 빠듯한 처지에 보험 가입이 그리 쉬울리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70~92%를 지원하는데도 가입률이 높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 충북도내 가입 실정을 보면 주택은 8.3%, 9천600여건에 그쳤다. 이런 어려움을 덜기 위해 나온 것이 '풍수해보험 제3자 기부'다. 기관이나 단체 등 제3자가 보험가입 대상자의 자부담 보험료를 지원해 무료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돕는 제도다. 각각의 금액은 크지 않지만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기부자들도 금액에 비해 보람이 크다할 것이다.

얼마전 충북에서 이같은 풍수해보험 제3자 기부가 이뤄졌다. 충북경제포럼 등 11개 기관·단체 등이 6천900만원을 모아 취약계층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지원대상은 도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재해취약지구내 가구 등 4만4천900가구나 된다. 이들 모두 무료로 풍수해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돼 이들에 대한 풍수해 주택 피해만큼은 안전망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올해 도내 주택의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40%에 이를 전망이다. 도내 주택 10곳중 4곳이 이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풍수해보험 지원은 저소득층 생활 안정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재해에 대한 걱정을 달고 사는 것에서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더구나 기상위기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기상이변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크게 남는 투자다. 여기에 더해 기부를 통해 전해지는 온기(溫氣)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활력소가 된다. 참여 기관에 대한 격려와 다른 곳의 추가 참여의지는 이번 지원기부의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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